배우 정이랑이 예능드라마 ‘보그맘’과 ‘SNL코리아9’로 꽉 채운 2017년을 돌아봤다.
최근 종영한 MBC 예능드라마 ‘보그맘’을 통해 박한별, 아이비, 최여진, 황보라와 호흡을 맞춘 정이랑은 드라마의 웃음 포인트로 맹활약했다. tvN ‘SNL코리아’ 시리즈를 함께 한 신동엽의 아내인 선혜윤 PD와 첫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했다. MBC 시트콤에 로망이 있었던 그에게는 ‘보그맘’이 꿈을 이룬 자리였다.
“신동엽 선배님의 아내 분이 선혜윤 PD님이다. 실제로 봤는데 매력 넘치고 ‘소녀소녀’하더라. 신동엽 선배님이 ‘욕심쟁이’였다.(웃음) 사실 ‘보그맘’ 대본을 읽으면서 ‘이런 게 어디있어’라는 생각을 했는데, PD님으로부터 대본의 모티프가 되는 사건들이 실제로 있단 말을 들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더 리얼하게 연기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기에 대해 고민이 있을 때마다 정이랑에게 조언을 준 건 바로 신동엽이었다. 그는 “큰 오빠와 작은 오빠가 훈수 두듯 신동엽 선배님과 ‘SNL’ 국장님이 연기 전략을 짜주셨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오랜 세월 서로 믿고 의지한 ‘SNL’ 가족들이 ‘보그맘’에 캐스팅된 정이랑을 물심양면으로 응원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고.
“신동엽 선배님께서는 ‘보그맘’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겠냐. 내가 캐스팅됐다고 하니 ‘그거 병맛 재미가 있더라’며 엄청 힘을 주셨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을 듣고 ‘연기에 힘 쫙 빼고 해라’라며 연기 지도를 해주셨다. 개그맨이라 기대했는데 다른 배우들보다 더 에너지가 없는 것 같다는 말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고민을 전했더니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독려해주셨다. 결과적으로 그 조언들이 다 잘 맞았다. 그렇게 머리 맞대고 고민해주는 ‘SNL’ 식구들을 보면서 가족애를 물씬 느꼈다.(웃음)”
그렇게 가족처럼 지냈던 ‘SNL코리아’는 지난 달 18일 시즌9을 마쳤다. 마지막 회인 크루쇼에서 그동안 ‘SNL’ 시리즈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함께 뛰어나와 이별을 고하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정말 눈물이 났다고. ‘SNL코리아’를 끝낸 후 한 열흘 정도는 그야말로 ‘멘붕’이 와서 어쩔 줄을 몰랐단다.
“마지막 날 (안)영미도 울고 그랬다. 그 전날에도 우리 모두 모여서 마음이 참 이상하다고 서로 이야기했다.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6, 7년을 함께 한 사람들인데 헤어지려니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느낌이었다. 난 남편하고 첫 연애하고 결혼을 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처음 겪는 감정이었다. 그래서 한 열흘 동안 ‘멘붕’이 와서 그 공허한 느낌을 채우려고 일부러 미친 듯이 여행도 다니고 했다.”
그에겐 ‘SNL코리아’는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발판’과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참 고맙고 각별한 프로그램”이라며 ‘SNL’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정이랑은 2017년 참 많은 일들로 꽉 채우고 나니 오히려 지금 공허함 때문에 허전할 지경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한때는 그 공허함 때문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모든 걸 끝내니 공허함이 밀려왔고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때 우연히 들렀던 순댓국집 할아버지가 날 알아봐주더라.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난 알아. 제일 재미있는 사람이잖아’라고 말해줬다. 그 말을 듣는데 남편 눈시울이 붉어졌다. 연기 활동에 대해 함께 고뇌해준 남편 눈가가 촉촉해진 걸 보면서 나도 울컥했다. 지금은 당장 다 끝났어도 날 보며 즐거워해준 분들이 있구나 생각을 하면서 마인드 콘트롤을 하게 됐다.”
작지만 울림을 준 그 사건을 계기로 정이랑은 “끝난 건 끝난 거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뭐라도 하자”라는 각오로 2018년을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단다. ‘SNL’ 시리즈에서 ‘양꼬치앤칭따오’로 스타가 돼 대세 배우로 승승장구하는 정상훈과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정이랑은 누구보다 바쁜 2018년을 꿈꾸고 있었다.
“지금은 가늘어도 너무 가늘다.(웃음) ‘SNL’ 시리즈에서 ‘양꼬치앤칭따오’로 스타가 되고, 멋있는 배역 줄줄이 맡고 있는 정상훈 오빠처럼 저 또한 ‘재미있는 맛’ 좀 봤으면 좋겠다. 여행을 엄청 좋아하는데 여행 프로그램도 언제든 환영이다. 남편이 매일 내게 ‘순수한 매력’이 있다며, 이를 언젠가 보여주면 좋겠다고 한다. 남편이 해주는 ‘너가 정답이야’라는 말을 실천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 yjh0304@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