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코비의 마지막 경기, 레이커스 라커룸을 가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12.24 06: 06

코비 브라이언트(39)가 LA 레이커스의 영원한 전설로 남게 됐다.
LA 레이커스는 19일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의 홈경기 하프타임에서 코비의 영구결번식을 거행했다. 레이커스는 이례적으로 코비가 달았던 8번과 24번을 모두 결번 처리했다. 코비는 레이커스 역사상 10번째로 번호가 결번된 레전드로 남았다.
매직 존슨 레이커스 사장은 “코비는 지난 20년 동안 우리 레이커스와 희노애락을 함께 했다. 3번의 우승을 안긴 그의 8번, 2번의 우승을 추가한 24번 등번호 모두 영구결번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코비는 “날 위해 유니폼이 천장에 걸린 것은 아니다. 매직, 카림, 채임벌린, 굿리치, 샤크, 베일러, 웨스트 그들이 내게 영감을 줬다. 그들이 없었다면 나도 여기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 다음 주자가 레이커스의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 아직도 잊지 못할 마지막 경기
기자는 지난 2015년 4월 14일 코비의 마지막 은퇴경기를 현장에서 취재하는 영광을 누렸다. LA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온통 코비 이야기밖에 없었다. 이미 플레이오프가 좌절된 레이커스 홈경기 입장권 가격이 천만 원까지 치솟았다. NBA에서도 모든 기자에게 취재증을 허락할 수 없어 취재진의 숫자를 600명으로 제한했다. 기자는 코비가 5번째 우승반지를 꼈던 2010년 NBA 파이널 취재기사를 포트폴리오로 제출해서 겨우 허락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경기시작 3시간 전에 스테이플스 센터에 도착해서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코비의 마지막 경기를 기념하기 위해 레이커스 팬들 수만 명이 거리를 점령했다. 입장권이 없어도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온 팬들이 많았다. 팀스토어에서 코비 관련 물품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기자는 운 좋게 나이키타운에서 마지막 남은 ‘코비11 엘리트’ 농구화를 구입할 수 있었다.
코비는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라커룸에서 공식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취재진이 라커룸을 점령하는 바람에 인터뷰가 취소됐다. 라커룸에 놓여 있는 검은색 셔츠의 소매에는 ‘KB’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코트에는 코비의 등번호 8번과 24번이 새겨졌다.
코비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역시 코비였다. 코비는 60득점을 폭발시키며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그는 통산 3만 3643점을 넣어 마이클 조던을 추월하며 유니폼을 벗었다. 사실 현장에서는 너무 시끄러워서 코비가 몇 점을 넣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공식인터뷰가 진행될 때 비로소 코비가 60점을 넣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그만큼 현장은 광란이었다. 당시 공기를 비닐봉지에 담아 경매에 올린 팬도 있었다. 심지어 공기를 경매에서 산 사람도 나왔다. 기자도 코비의 마지막 경기 기록지를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다.
1998년 코비가 데뷔했을 때 기자도 농구 좋아하는 고등학생에 불과했다. 20년이 지나 기자가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은퇴를 앞둔 코비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사실도 격세지감이었다. 한국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하자 코비는 “한국에서 좋은 기억이 많았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의 팬들이 내 플레이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 레이커스의 ‘넥스트 제너레이션’
코비가 은퇴를 할 때만 하더라도 다음세대의 선두주자는 디안젤로 러셀이 될 것으로 보였다. 2015년 드래프트 전체 2순위인 러셀은 당시 레이커스에서 가장 미는 선수였다. 하지만 러셀은 SNS에 닉 영의 여자친구 사진을 올리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기자가 취재를 갔을 때 그 문제로 한창 예민했던 시절이었다. 러셀과 닉 영이 서로 라커룸에서 마주치지도 않고, 대화도 없어 냉기가 흘렀다. 결국 닉 영은 결혼을 약속했던 이기 아잘레아와도 파혼을 맞았다. 현재 러셀과 닉 영은 모두 레이커스를 떠났다.
이제 레이커스는 새로운 신인 론조 볼과 카일 쿠즈마가 이끌고 있다. 2017시즌 드래프트 전체 2순위 론조 볼은 10점, 6.9리바운드, 7어시스트, 1.3스틸로 활약하고 있다. 3점슛 29.6%, 2점슛 39.6%, 자유투 48%라는 치명적 슈팅약점에도 불구,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는 다재다능함이 빛나고 있다.
카일 쿠즈마는 레이커스가 건진 진주다. 2017드래프트 전체 27위에 불과한 쿠즈마는 줄리어스 랜들과 래리 낸스 주니어를 제치고 가장 촉망받는 포워드로 올라섰다. 올 시즌 17.7점, 6.9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특히 쿠즈마는 지난 21일 제임스 하든의 휴스턴을 상대로 무려 38점을 대폭발했다.
카림 압둘자바와 매직 존슨의 80년대를 거쳐 코비 브라이언트와 샤킬 오닐이 2000년대 레이커스 왕조를 이어갔다. 이제 새로운 후배들이 레이커스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비는 이제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레전드’로 기억에 남게 됐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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