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호(삼성)와 민병헌(롯데)의 이적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정과 의리보다 냉정한 시장 논리에 따라 타 구단으로 옮기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구단을 상징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사라지는 가운데 원클럽맨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원클럽맨은 선수 본인의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실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건 물론이고 팀내 입지도 중요하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원클럽맨은 누가 있을까.
삼성 권오준은 KBO리그 최고의 원클럽맨이다. 1999년 데뷔 후 19년간 삼성에서만 뛰었다. 2006년 홀드 1위(32개)에 등극하는 등 지키는 야구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던 권오준은 세 차례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면서도 보란듯이 1군 마운드에 다시 오르며 인간 승리의 아이콘으로 불리기도 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데뷔 첫 FA 자격을 얻은 그는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동안 그라운드 안팎에서 권오준이 보여준 투지와 공헌도는 물론 베테랑으로서 영향력을 고려했다. 그가 영원한 삼성맨으로 남을 수 있도록 교감을 지속해왔고 2년간 총액 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채병용(투수), 조동화, 김강민(이상 외야수)은 SK 와이번스 역사의 산증인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17년째 SK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채병용은 전천후 투수로서 SK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2007년과 2008년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기도 했다.
육성선수 출신 조동화는 '소금과 같은 존재'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연보다 조연에 가깝고 화려하지 않다. 세대 교체 흐름에 밀려 올 시즌 1군 출장 기록이 없지만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태세다.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김강민은 리그 최고의 중견수로 평가받을 만큼 탄탄대로를 걸었다. 올 시즌 타율 2할1푼9리(183타수 40안타) 5홈런 18타점 31득점 10도루에 그쳤으나 팀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전력이다.
'꾸준함의 대명사'라 불리는 박한이(삼성) 또한 17년째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다. 연속 시즌 세 자릿수 안타 달성이 16에서 멈췄지만 타격 능력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이승엽이 은퇴하면서 팀내 최고참이 된 박한이는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쌍둥이 군단의 심장으로 불리는 박용택(LG)을 비롯해 이정민, 이명우, 문규현(이상 롯데), 조동찬(삼성)은 데뷔 후 16년간 한 팀에서 뛰고 있다. 박용택은 세대 교체의 바람이 거센 가운데 보란듯이 살아 남았다. LG 타자 가운데 실력과 존재 가치 모두 단연 으뜸이다. 올 시즌 타율 3할4푼4리(509타수 175안타) 14홈런 90타점 83득점으로 뜨거운 방망이를 뽐냈다.
그는 "요즘 10개 구단 전체적으로 조금 더 젊고 어린 친구들을 미는 분위기가 있다"며 "불혹은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로 알고 있다. LG 잘 이끌어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은 박용택에게 주장 중책을 맡겼다. 명가 재건을 위해 박용택이 선수단 분위기를 이끌어줘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이정민과 이명우는 리그에 큰 획을 그을 만큼 큰 성과를 남긴 건 아니지만 베테랑 선수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내야수 문규현은 2010년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롯데 내야진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얻고 롯데와 2+1년 총액 1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입단 당시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대형 내야수로서 기대를 모았던 조동찬은 올 시즌 타율 2할8푼9리(353타수 102안타) 10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무릎 부상 이후 수비 범위가 좁아졌지만 여전히 활용 가치는 높다. 한화 윤규진과 안영명 역시 15년째 한 팀에서 뛰고 있다.
FA 선수 가운데 박정진과 이우민은 대표적인 원클럽맨으로 꼽힌다. 19년째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는 박정진은 원 소속 구단인 한화 잔류를 위해 협상을 계속 진행중이다. 17년째 롯데에서 뛰었던 이우민은 데뷔 첫 FA 자격을 얻었으나 롯데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what@osen.co.kr
[사진] 권오준-김강민-박용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