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가 심해지는 FA 시장은 소강 상태다. 80억 원 이상의 거액 계약에 성공한 대어급 선수들의 행선지가 정해졌고, 미계약 FA는 9명이 남아 있다. 베테랑 또는 준척급 FA들만 남았다. 사실상 이적 기회는 거의 없는 상황, 원소속 구단의 제안에 끌려가는 입장이다.
베테랑, 준척급 FA 선수들에게 불리한 구도다. 구단들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육성 쪽으로 무게를 두는 추세다. 이미 계약을 맺은 준척급 FA들의 조건을 보면 계약 기간은 최대한 짧은 편이다. 선수가 자신의 희망을 한 풀 꺾고 구단의 제시안을 받아들인 결과다.
NC는 지난 18일 이종욱(37), 손시헌(37), 지석훈(33)과 FA 계약을 발표했다. 이종욱은 1년 5억 원(계약금 3억, 연봉 2억), 손시헌은 2년 15억 원(계약금 5억, 연봉 5억), 지석훈은 2년 6억 원(계약금 3억, 연봉 1억5000만원)에 각각 도장을 찍었다.
손시헌은 주전 유격수로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 지석훈은 내야 멀티 백업으로 쓰임새가 많다. 이종욱은 외야에서 젊은 야수들이 기회를 받으며 입지가 좁아졌지만, 활용도는 있다. 하지만 세 명 모두 1~2년의 단기 계약, 구단의 뜻대로 계약이 마무리됐다.
남아 있는 FA 9명은 김주찬(37), 박정진(41), 정근우(35) 안영명(33), 최준석(35), 이우민(35), 채태인(35) 이대형(34), 김승회(36) 등이다. 모두 30대 중반이 넘었고 보상 규정을 감안하면 이적 가능성은 제로다. 이들 중 최준석, 이우민, 채태인, 이대형 등은 원 소속 구단에서 타구단 이적 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음에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구단들이 외부 FA에 관심없다고 선언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선수보다는 구단 편이다. 선수들은 금액 뿐만 아니라 계약 기간을 더 보장받고 싶겠지만, 총액 80억원이 넘는 고액 FA를 제외하고 4년 계약을 맺은 것은 정의윤(31)이 유일하다. 정의윤은 SK와 4년 총액 29억 원 계약을 맺었는데 12억 원은 옵션이다. 보장금액은 17억 원으로 연 평균 4억원을 조금 넘는다. 옵션을 모두 충족시킨다해도 연 평균 7억 5000만원이다.
1호 계약자인 롯데 문규현(34)은 2+1년 10억 원, 삼성 권오준(37)은 2년 6억 원에 계약했다. 준척급 FA 6명의 계약 총액은 71억 원, 단순 계산으로 한 명이 평균 10억 원 규모다. 6명의 계약 기간으로 계산하면 연 평균 5억 원이다.
장타력을 갖춘 30대 초반 정의윤은 2016시즌 27홈런 100타점을 기록했고, 최근 3년간 평균 타율 3할1푼6리(374안타) 56홈런 196타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옵션이 12억 원이나 포함된 특이한 계약 조건이었다.
선수와 구단 모두 서로의 희망을 드러냈고, 선수들은 더 좋은 조건을 요구하겠지만 구단은 확고하다. 시간이 흐른다고 구단의 태도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선수가 뜻을 굽히고 구단안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orange@osen.co.kr
[사진] 채태인-이대형-최준석-이우민(왼쪽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