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주연을 베테랑처럼 소화해냈다. 그런데 연기 레슨 조자 받아본 적이 없다니.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는 그냥 나온 게 아닌 듯싶은 그룹 유키스 준(이하 이준영) 이야기다.
지난달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극본 김이지 황다은/ 연출 권석장 김상호 이상엽, 이하 부암동)은 살면서 전혀 부딪힐 일 없는 재벌가의 딸, 생선 장수, 대학교수 부인, 고3 수험생이 계층을 넘어 가성비 좋은 복수를 펼치는 현실 응징극이다.
방영 당시 주인공들의 사이다 행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현실적인 스토리가 호평을 받았던 바. 이는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로 이어졌고 최종회가 평균 6.3%, 최고 7.6%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쾌거까지 이뤘다.(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가구 전국기준)
그리고 이러한 '부암동' 성공의 중심에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이준영이 있었다. 극중 김정혜(이요원 분), 홍도희(라미란 분), 이미숙(명세빈 분)과 함께 복자클럽을 결성하는 이수겸 역을 맡은 그는 신인답지 않은 존재감으로 베테랑 선배들과 자연스럽게 호흡했다.
방송이 끝나갈 무렵엔 '이준영이 아닌 이수겸은 생각하기 힘들다'는 평을 받았을 정도. 이에 최근 OSEN은 배우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이준영을 만나 '부암동'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에 대해 물었다.
이하 이준영과의 일문일답.
Q. 작품이 끝난지 시간이 좀 됐어요. 종영 소감은 어떤가요?
"두 달 동안 수겸이를 예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배님들, 스태프들께도 정말 많이 배웠어요. '부암동'을 하면서 주신 관심과 사랑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될 것 같아요."
Q. 어떻게 '부암동'에 합류하게 됐나요?
"오디션을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웹툰도 재밌게 봤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대본을 받으니 고민이 되더라고요. 도움을 받는 사람이 없다 보니 원작으로 갈지 제가 생각한 걸로 갈지 고민이 됐는데 결국 오디션에서 제가 준비한 수겸이를 연기했어요. 그런데 권석장 PD님께서 아무것도 안 물어보시고 제 얼굴만 1분 보시더라고요. 떨어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연락이 왔죠.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해 갔더니 이번에도 1분 동안 얼굴을 보시더라고요. '이번엔 진짜 떨어졌겠구나' 싶었는데 이후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정말 신났죠. '이제 어떡하지?'라는 불안감도 함께 들었고요."
Q. 연기 레슨을 따로 받았나요?
"제가 연기 레슨을 따로 받은 적이 없어서 감독님이 같이 대본 리딩을 해주셨어요. 연출부 형, 누나들도 많이 도와줬고요. 그나마 지난해 독립 영화를 찍어 본 적이 있는데 그때 현장에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아직 개봉은 안 한 작품이에요. 연기 레슨은 지금에서야 조금씩 받고 있답니다(웃음)."
Q. 연기에 대한 욕심이 원래부터 있었나요?
"연기는 원래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돌들은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때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하게 되잖아요. 제가 연기를 못해서 항상 시간이 제일 오래 걸렸거든요. 그래서 연습을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가 나오니 재밌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걸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 연기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 '부암동'으로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와서 기분이 좋았어요."
Q. 대선배들이 유독 많이 나온 작품인데 부담이 되진 않았나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제가 또래보다 선배님들이랑 함께하는 장면이 많더라고요. 다들 연기를 너무 잘 하시니까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싶었죠. '내가 껴서 피해를 주면 안 되는데' 같은 느낌이오. 그런데 선배님들이 제 예상이랑 정말 달랐어요. 촬영을 하지 않을 때 정말 잘해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얼어있었다는 걸 알고 일부러 풀어주시려고 한 것 같아요. 언젠가부턴 선배님들이 먼저 누나, 형으로 스스로를 칭하니까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혼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서 지금은 누나, 형으로 부르고 있어요."
Q. 실제 이요원씨, 라미란씨, 명세빈씨가 어땠는지 궁금해요.
"이요원 선배님은 처음에 낯을 많이 가리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대 오히려 먼저 장난을 많이 쳐주시더라고요. 나중엔 선배님께 고민 상담도 하게 됐죠. 이요원 선배님이 겉보기와 가장 달랐어요."
"라미란 선배님은 평소 이미지랑 똑같았어요. '힘든 거 없냐'고 먼저 말씀해 주실 때마다 감사했고요. 특히 라미란 선배님은 말을 정말 잘하세요. 애드리브도 재밌고요. 함께 있으면 늘 웃게 돼요."
"명세빈 선배님도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랑 비슷하셨던 것 같아요. 청순하시면서 조근조근한 느낌이오. 그래도 뭔가 웃음이 많이 없으실 줄 알았는데 촬영장에서 많이 웃어주셔서 좋았어요."
Q. 사투리 연기가 일품이었는데 실제 고향은 어디인가요?
"제 고향은 서울인데 학교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고향이 경남, 경북 쪽이었거든요. 그 친구들이 하는 말이 너무 재밌어서 신기한 마음에 따라 하곤 했는데 그때 배우 사투리가 이렇게 쓰일 줄은 저도 몰랐네요(웃음)."
Q. 첫 연기인데 호평을 예상했나요?
"예상하지 못했어요. 심지어 욕먹을 각오를 하고 임했죠. 비판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더 많이 계셔서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댓글을 보는 편인가요?
"댓글은 다 보는 편이에요. 더러 악플도 보이지만 전 그것도 좋아요. 예전에는 거의 무플이었으니까요. 많은 분들이 검색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더라고요. 길거리를 지나다녀도 많이들 알아봐 주세요. '수겸 학생'이라고 불러주실 때마다 찡한 마음도 들고 노력한 성과를 얻는 것 같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연기 천재라는 반응도 있어요.
"연기 천재요? 너무 과분해요. 사실 재방송하는 것만 봐도 못 보겠어요. 전 욕먹을 각오를 했는데 오히려 좋게 봐주셔서 신기했어요."
Q. '부암동'은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나요?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배우 이준영으로서 인정받은 작품이고 그동안 제가 노심초사했던 걸 한 번에 보상받은 느낌이었으니까요. 종방연 때 다 같이 모였는데 정말 짠하더라고요. 결국 울었어요."
Q.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나요?
"평소에 뭔가 진지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코미디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그런 역을 맡게 되면 주변 사람들한테 인기가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또 멜로도 좋아요. 이요원 선배님과 연기 호흡을 맞출 때 팬들이 '멜로 눈'이라고 많이 말씀해주셨어요. 멜로 연기를 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 nahee@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