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외국인 선수 알렉스 페레이라의 상반된 두 얼굴, 팀을 들었다 놨다 하며 경기를 요동치게 했다. 그래도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오심 논란의 후유증도 탈피했다.
의정부 KB손해보험은 22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천안 현대캐피탈과의 3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25-23, 25-19, 19-25, 20-25, 16-14)로 진땀승을 거뒀다. 이로써 KB손해보험은 3연패를 탈출했고 시즌 성적 9승9패 승점 25점을 기록하며 전반기를 마무리 지었다.
KB손해보험은 지난 19일 수원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당시 3세트 20-20, 4세트 22-23, 접전의 승부처 상황에서 나온 2개의 오심으로 경기를 내줬다. KB손해보험은 당연히 오심에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항의를 했던 권순찬 감독 대신 이동엽 코치가 퇴장을 당하는 등 억울한 하루를 보냈다.
후폭풍은 거셌다. 배구팬들은 KOVO의 오심 논란을 바로잡기 위해 청와대 청원을 넣으며 사태가 커졌다. KB손해보험 측도 KOVO 사무국을 즉각 항의 방문해 재경기를 요청했다. 결국 KOVO는 오심을 인정하며 KB손해보험에 사과를 했고, 상벌위원회를 열어 경기 주심이었던 진병운 주심과 이광훈 부심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어창선 경기감독관과 유명현 심판감독관에게는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유례없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이 받은 상처가 단번에 치유될 수는 없었다. 선수들이 자칫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전의 상황들을 떠올리며 심판 판정에 일희일비 할 수 있고, 냉정함을 잃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KB손해보험은 다시 3일 만에 코트에 섰다. 일단 분위기에 동요하지 않고, KB손해보험은 1세트를 25-23으로 따냈다. 그리고 운명의 2세트. KB손해보험은 이전 경기의 아쉬움과 논란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알렉스 페레이라의 강서브가 연신 코트에 내리 꽂혔다. 알렉스는 경기의 분위기, 그리고 승기를 완전히 가져오게 만들었다. 원맨쇼였다.
2세트 3-2 상황에서부터 알렉스는 후위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서브를 현대캐피탈은 전혀 받아내지 못했다. 3-2 상황에서 내리 꽂은 서브를 현대캐피탈 안드레아스가 받아내지 못했다. 이후 알렉스의 강서브는 현대캐피탈 리시브 라인을 완전히 흔들었고, KB손해보험의 집중력도 높았다. 4-2에서 랠리 끝에 알렉스가 직접 백어택으로 공격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알렉스는 이후 3번의 서브를 모두 안드레아스 쪽을 겨냥해 서브 에이스를 만들었다. 3연속 에이스로 KB손해보험은 2세트 점수 차를 8-2까지 벌렸고 세트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왔다. 2세트 역시 KB손해보험의 몫.
그러나 알렉스의 원맨쇼는 2세트가 끝이었다. 이후 KB손해보험은 3세트와 4세트를 현대캐피탈에 분위기를 내줬다. 알렉스는 서브에서 강력함을 네트 앞에서 유지하지 못했다. 아쉬움은 더했다. 알렉스는 이날 18개의 범실을 범했고 공격 성공률 역시 41.86%에 불과했다. 6개의 서브에이스로 개인 최다 기록을 경신했지만, 옥의 티였다.
여기에 승부의 5세트에서는 냉정해지지 못했다. 현대캐피탈 신영석과 신경전을 벌이며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다. 특히 네트를 넘어가서 신영석과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은 배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결국 냉정함을 잃은 주포 알렉스가 흔들렸고, 팀도 흔들렸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하현용의 블로킹 득점 등으로 다시 분위기를 되찾았고, 결국 듀스에서 황택의의 서브 에이스로 기나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알렉스는 분명 이날 경기의 '신 스틸러'였다. 하지만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그 주인공이 됐다는 점은 KB손해보험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오심 논란의 후유증도 훌훌 털어버렸다. /jhrae@osen.co.kr
[사진] 의정부=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