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캡틴의 손끝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한선수의 만점 토스를 앞세운 대한항공이 4연승을 달리며 선두권 추격에 불을 당겼다.
대한항공은 21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의 신승을 거뒀다. 최근 4연승으로 승점 28점을 확보한 대한항공은 2위 현대캐피탈(승점 32점)과의 격차를 좁히며 정상 궤도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이자 주포인 가스파리니의 공격 성공률이 그렇게 좋은 경기는 아니었다. 5세트 중요한 순간 자신의 몫은 100% 했지만 공격 성공률은 50% 미만(46.29%)이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비교적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선수들이 고루 공격에 가담했기 때문이다. 정지석이 19점, 김성민이 12점을 올렸고 중앙 공격수들도 힘을 보탰다.
세터 한선수의 노련한 토스가 중심에 있었다. 한선수는 이날 유독 가벼운 발걸음을 선보이면서 대한항공의 공격 흐름을 완벽하게 주도하고 또 제어했다. 때로는 빠르게 공격수들을 이용하고, 때로는 가스파리니를 확실하게 밀어주며 거의 완벽한 밀당을 해냈다. 한선수의 변화무쌍한 토스에 우리카드 블로커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왔다.
3세트 막판 팀 분위기 반전을 위해 빠지기는 했으나 4세트에서 팀이 2-8까지 밀리자 다시 코트에 들어갔다. 이후 대한항공은 공격 흐름을 천천히 되살리며 16-18까지 맹추격을 이어가기도 했다. 역시 허를 찌르는 한선수의 빠른 토스가 빛났다. 특히 센터 조재영과의 호흡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최근 한선수의 컨디션 회복세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한 판이기도 했다. 사실 한선수는 시즌 초반 마음고생이 심했다. 전반적으로 토스의 기복이 있었고, 주포인 가스파리니와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시즌 전 손발을 맞춰 볼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주원인이었지만 한선수 또한 흔들리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이에 박기원 감독도 황승빈을 선발 출전시키는 등 이런 저런 방법을 써야 했다. 박 감독은 한선수를 다그치기 보다는 시간을 주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생각의 시간을 가진 한선수의 클래스는 죽지 않고 점차 살아났다. 최근에는 토스워크가 살아나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부담감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얼굴에는 자신감과 미소가 많이 돌아왔다. 중심이 제대로 자리를 잡은 대한항공이 굳건하게 일어나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