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선배, 아니 이제는 손석희 앵커이죠. 손석희 앵커는 저도 존겨합니다. 방송 저널리즘의 거대한 전환을 이뤄낸 분이죠.”
새 단장을 앞둔 MBC 앵커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린 뉴스는 다름아닌 JTBC ‘뉴스룸’이었다.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는 ‘뉴스룸’을 보며 부러움도, 얼른 따라잡아야 한다는 초조함도 있었을 MBC 앵커들. 이들은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21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 MBC사옥에서는 MBC '뉴스데스크'와 '뉴스투데이'의 새 앵커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뉴스데스크' 주간 앵커를 맡은 박성호, 손정은,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를 맡은 김수진, 아침 뉴스인 '뉴스투데이' 박경추, 임현주 앵커가 참석했다.
이날 앵커들은 MBC 뉴스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를 맡은 김수진 기자는 “그동안 시청자들이 많이 실망하셨을 것이다. 이는 다양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사죄의 의미로, 당분간 MBC '뉴스데스크'라는 타이틀을 감히 달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MBC뉴스라는 이름이라고 달았고, 지금은 준비 기간을 거쳐 26일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하며 현재 ‘MBC 뉴스’라는 이름으로 뉴스가 방영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총파업이 종료하고 나서야 일선으로 돌아온 박경추 아나운서는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MBC 자체를 보고싶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 역시 5년 동안 뉴스가 보고 싶으면 다른 방송사 뉴스를 봤다. 싫은 뉴스가 되었다는 게 가장 괴로웠다”고 고백했다.
JTBC ‘뉴스룸’은 그런 앵커들에게 초조함과 부러움을 동시에 자아낸 주인공이었다. 앵커들은 ‘뉴스룸’을 언급하며 “JTBC ‘뉴스룸’도 지금의 모습으로 재편되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우리는 5년 이상 일손을 놓았던 사람들이 돌아왔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점진적이지만 확실한 변화를 보일 예정이다”라며 ‘뉴스룸’처럼 신뢰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5년 동안 뉴스를 보고 싶을 때 봤다는 ‘뉴스룸’은 MBC 출신인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 중이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현재 MBC를 나와 활발하게 활약 중인 다른 아나운서들에 대해 “물론 그 선배들이 MBC에 다 같이 있었으면 하는 욕심은 든다. 저는 후배로서 그간의 MBC가 언론사로서 충실했기 때문에 이렇게 훌륭한 선배들이 나왔고, (그들이)다른 방송사에서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보면서 MBC맨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같은 뉴스 시간대라서 경쟁의식을 느끼지 않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성호 앵커는 “손석희 앵커는 존경한다. 방송 저널리즘의 거대한 전환을 이뤄낸 분이다. 늘 존경했고, 실제로 규범이나 이상으로 생각했던 가치들을 실천으로 보여줬다”고 언급했고, 박경추 아나운서 또한 “사실 JTBC 뉴스가 특별한 일을 한 게 아니다. 누군가가 감추려고 한 일을 드러냈고, 알려야 할 일을 알려야 한 것뿐이다. 모두가 해야 하는 뉴스였는데 아무도 안 했고, 그걸 했을 뿐이다. 뉴스의 정도를 걸은 것이다. 우리도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과거의 오명을 씻으려 노력한다면 ‘역시 MBC뉴스’라는 말을 들을 날이 올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MBC 뉴스는 오는 25일까지 '뉴스데스크'가 아닌 'MBC뉴스'라는 임시 타이틀로 방송을 진행하며, 김수지 아나운서(평일), 엄주원 아나운서(주말)가 임시 진행을 하고 있다.
새 앵커들이 투입된 '뉴스데스크'는 오는 26일 오후 8시 새 단장해 돌아온다. / yjh0304@osen.co.kr
[사진] JTBC,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