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단장한 MBC 뉴스에 투입된 앵커들이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겠다는 결심을 드러냈다.
21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 MBC사옥에서는 MBC '뉴스데스크'와 '뉴스투데이'의 새 앵커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뉴스데스크' 주간 앵커를 맡은 박성호, 손정은, '뉴스데스크' 주말 앵커를 맡은 김수진, 아침 뉴스인 '뉴스투데이' 박경추, 임현주 앵커가 참석했다.
박성호 앵커는 파업 이후 5년 만에 복직한 것에 대해 "정신이 없다. 5년 만에 뉴스를 진행하는 것은 둘째 치고 복직하자마자 생각지 못한 일을 맡게 돼 이런 경착륙이 어디있나 싶다. 역할이 워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 앵커는 뉴스 변화에 대해 "백화점식 보도는 지양하자는 것에 대해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슈를 집중, 분석하고 설명하는 쪽을 강화하자, 정확하고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을 때 가감없이 보도하자는 내용에 대한 변화들이 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앵커는 "포맷 변화는 당장 있지 않을 것이다. 포맷보다는 내용의 변화에서 달라진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팩트 체크 성격의 코너를 신설하는 것은 준비 중이다"라며 "JTBC '뉴스룸'으로 재편되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우리는 5년 이상 일손을 놓았던 사람들이 돌아왔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점진적이지만 확실한 변화를 보일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김수진 앵커는 "그동안 시청자들이 많이 실망했다. 다양한 지표로 이게 나타나고 있다. 사죄의 의미로, 당분간 MBC '뉴스데스크'라는 타이틀을 감히 달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일단은 MBC뉴스라는 이름이라고 달았고, 지금은 준비 기간을 거쳐 26일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며 현재 '뉴스데스크'라는 간판을 내린 이유를 전했다.
주말 단독앵커를 맡게 된 김수진 앵커는 "부담이 많이 된다.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뒤처져있는 사이에 타 방송사가 정말 많이 앞서가고 있다는 것에 현장에서 많이 느끼고 있다. 그 신뢰를 어떻게든 끌어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MBC 기자들이 정말 저력이 있다.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경추 아나운서는 아침 뉴스인 '뉴스투데이'를 진행하게 됐다. 박 아나운서는 그동안 MBC를 떠나있었던 것에 대해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MBC 자체를 보고싶지 않았다. 저 역시 뉴스가 보고 싶으면 다른 방송사 뉴스를 봤다. 싫은 뉴스가 되었다는 게 가장 괴로웠다"며 돌아와서 기쁘다는 뜻을 전했다.
박경추 아나운서와 함께 '뉴스투데이'를 진행하게 된 임현주 앵커는 "'뉴스룸'을 많이 보고 있다"며 '뉴스룸'을 언급했다. 앵커들 모두 '뉴스룸'을 언급하며 "요즘 제일 신뢰도가 높은 '뉴스룸'처럼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세월호 보도를 잊을 수 없다. 그 보도를 생각하면 아직도 많이 생각이 든다. 가장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참담한 표정을 지은 후 전임자인 배현진 아나운서 교체에 많은 관심이 모아졌는데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부담감이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다. 전임앵커와 비교하고 그러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전했다.
손 아나운서는 "저는 저대로 할 것이다. MBC의 훌륭한 기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방향성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제 마음이 진실되고 진정성을 갖고 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시민들과 소통하는 방향으로 하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박경추 아나운서는 "신뢰를 복구하는 것에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노력을 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는 거다. 그 신뢰를 찾는 방법이 사실 명확하다. 뉴스의 정도를 걷고 기본에 충실한 게 공영방송 뉴스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JTBC 뉴스가 특별한 일을 한 게 아니다. 누군가가 감추려고 한 일을 드러냈고, 알려야 할 일을 알려야 한 것 뿐이다. 모두가 해야 하는 뉴스였는데 아무도 안 했고, 그걸 했을 뿐이다. 해야 하는 일을 하면 과거의 오명을 씻고 'MBC 뉴스'를 다시 생각해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MBC 앵커들은 무너진 신뢰도를 높이고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동안 무너진 신뢰를 견제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사죄와 재건할 MBC 뉴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앵커들도 인정하는 JTBC '뉴스룸'처럼 시청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줄 수 있는 뉴스를 만들겠다는 앵커들의 각오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편 MBC 뉴스는 오는 25일까지 '뉴스데스크'가 아닌 'MBC뉴스'라는 임시 타이틀로 방송을 진행하며, 김수지 아나운서(평일), 엄주원 아나운서(주말)가 임시 진행을 하고 있다.
새 앵커들이 투입된 '뉴스데스크'는 오는 26일 오후 8시 새 단장해 돌아온다. / yjh0304@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