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PD가 믿었던 정경호. 그의 진가가 드디어 입증됐다.
정경호는 신원호 PD가 연출을 맡은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교도관이자 주인공 김제혁(박해수 분)의 오랜 친구 이준호를 연기하고 있다. "박해수 원톱"으로 설명되는 작품에서 이준호 역으로 이름을 뒤에 올린 셈.
그래서 다들 캐스팅 소식에 의아해했다. 나름 주연 자리에서 탄탄하게 자리매김한 정경호가 인지도 낮은 박해수의 조력자이자 서브 남주라니. 하지만 시청자들은 신원호 PD의 촉을 믿었고 마침내 그의 빅피처가 20일 방송된 9화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날 방송에서 준호는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수감자도 존대하며 나름 인권을 존중해줬다. 법자(김성철 분)를 비롯한 동료들은 준호의 느긋한 성품을 칭찬하면서도 걱정할 정도. 그럼에도 준호는 교도관은 자신과 안 맞는다며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사실 그는 뭐든 잘하는 인물. 초등학생 때 제혁을 따라 야구를 시작해 투타 모두 활약했고 사고로 운동을 그만 둔 후에는 1년간 공부해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에서도 선배들과 지하철 알림 앱을 만들어 5억 원에 대기업에 넘길 정도로 다재다능한 엘리트였다.
이때 선배들은 주식을 받고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준호는 5천만 원만 챙겨서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선배들은 벤처회사를 차려 대박 행진을 걸었고 준호는 교도관으로 안주해 있는 자신을 "쪼다", "쫄보"라고 자책했다.
그런 그가 결국 불의 앞에서 폭발했다. 준호는 자신을 자극하는 수감자를 보며 참았다. 그러나 그가 다리를 저는 목신부를 따라하며 조롱하자 있는 힘껏 걷어찼다. 거친 욕설은 당연지사. 사람 좋게 웃던 준호의 정의감과 남자다움이 동시에 폭발한 셈이다.
그동안 준호는 제혁을 물심양면으로 챙기며 조력자를 자처했다. 그의 동생 제희(임화영 분)까지 살뜰히 보살피며 브로맨스와 함께 로맨스 분위기까지 냈다. 온화한 캐릭터로 남을듯 했지만 폭발하는 마성으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정경호이기에 가능했다. 인물 감정 변화를 훌륭하게 표현하며 9화를 오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첫 방송 전 정경호에 대해 "현장에서도 참 고마운 친구"라며 칭찬을 쏟아냈던 신원호 PD의 촉이 다시 한번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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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슬기로운 감빵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