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원미경 "'세상에서' 가슴속 엄마 되돌아보는 계기되길"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7.12.21 08: 35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그의 미소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지난 2003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 14년 만인 지난해에 복귀, 1년여 동안 4작품에 출연하며 제2전성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 원미경 이야기다. 
원미경은 지난 17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 이하 세상에서)에서 평생을 헌신하며 살았지만 난소암 말기 진단을 받고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중년 주부 인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몰입감을 높인 그는 죽는 순간까지 가족만을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을 애처로우면서도 따뜻한 미소로 표현해 '원미경의 연기는 인희 그 자체였다'는 호평을 받고 있는 상황. 21년 만에 리메이크된 '세상에서'를 성공시킨 일등공신인 셈이다.

지난 14년간 브라운관을 떠나 있다가 지난해에 MBC 드라마 '가화만사성'으로 복귀, 이후 SBS '귓속말',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낫 플레이드'(이하 낫 플레이드), '세상에서'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원미경. 이미숙, 이보희와 '80년대 트로이카'라고 불리던 전성기 시절 못지않게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그에게 '세상에서'를 마무리한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이하 원미경과의 일문일답.
Q. '세상에서'를 마무리한 기분이 어떠신지 궁금해요.
"(마음이) 아팠어요. 이상하게 시름시름 아프더라고요. 살도 많이 빠졌고요. 그래서 촬영이 끝나자마자 서둘러서 (미국으로) 왔어요. 아이들도 보고 싶었고 몸이 안 좋아서 지금도 쉬고 있는 중이에요. 촬영은 한 달 정도 진행한 것 같아요."
Q. '세상에서' 출연을 결심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가화만사성' 출연을 위해 한국에 왔는데 그때 tvN '디어마이프렌즈'를 보게 됐어요. 드라마가 너무 좋아서 '이 작가님 작품을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런데 이번에 '낫 플레이드'를 하러 갔다가 '세상에서' 제의를 받게 된 거예요. 너무 좋아서 하겠다고 했어요."
Q. 원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셨나요?
"사실 원작이 그렇게 유명하지 몰랐어요. 20년 전에 제가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네요(웃음)."
Q. 복귀 후 첫 주연인데 이에 따른 부담감이 없으셨는지도 궁금해요.
"'주인공은 아무나 하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웃음). '낫 플레이드'도 빠지는 신 하나 없이 주인공 역할을 했는데 이어서 '세상에서' 주인공을 하니까 체력적으로 힘들었어요. 그래도 촬영은 참 재밌었던 것 같아요."
Q. 실제로 만난 노희경 작가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귀엽고 깜찍하고 야무지신 분이었어요. 처음 만났을 때 깜짝 놀랐던 것 같아요."
Q. '세상에서'의 인희 역을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셨나요?
"'나한테 만약 이런 일이 닥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극중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서요. 실제로 캐릭터가 저랑 나이가 같고 민호도 제 둘째 딸이랑 동갑이에요. 저는 아이가 셋이긴 하지만요. 어쨌든 그 나이대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사랑하는 남편과 자식들이 있는데 내가 진짜 이 병이 걸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표현이 100% 다 된 건 아닐 테지만 그런 아픔을 겪는 분들의 감정을 100분의 1이라도 느껴보려고 한 것 같아요." 
Q. 촬영을 하면서 눈물을 많이 흘리셨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감정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작품이다 보니 모든 가족이 (극중 캐릭터의 감정에 몰입해) 다 힘들어한 것 같아요."
Q. 유동근 선생님, 김영옥 선생님과의 연기 호흡도 인상적이었어요.
"작품이 좋으니까 배우는 거기에 실려가는 것 같아요. 다들 너무 잘 하셔서 저는 덜 힘들었어요. 저희가 어거지로 하려고 하면 보는 사람도 어색했을 수 있는데 작품이 워낙 자연스럽게 잘 쓰여있고 좋으니까 연기자들도 편하게 임한 것 같아요."
Q. 김영옥 선생님과는 특히 몸싸움 장면이 많았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김영옥 선생님이 워낙 잘하셔서 어렵지 않게, 재밌게 촬영했어요."
Q. 윈미경 선생님께서 본 최지우 씨, 최민호 씨는 어떤 배우인가요?
"귀엽고 자랑스러운 후배들이요. 촬영 내내 '엄마'로 불러서 진짜 가족 같았어요. 그런 게 작품에 배어 나오는 것 같아요. 보통 다닐 때도 손을 꼭 잡고 다니고 진짜 딸, 아들 같았거든요. 민호한테도 '너 진짜 아들 같아'라고 했던 것 같아요. 민호는 유명한 아이돌 같지 않게 겸손하고 착하고 순하고 사랑스럽더라고요. 제가 복이 많죠. 정말 행복했어요."
Q. '가화만사성', '귓속말'에 이어 '낫 플레이드', '세상에서'까지, 연달아 네 작품에 출연하셨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으셨나요?
"'가화만사성'이랑 '귓속말'에서는 역할이 작아서 제가 쉬엄쉬엄 워밍업 하기 좋았던 것 같아요. 작품 중간에 텀도 있었고요."
Q. 오랜만에 연기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시고 계신 소감도 궁금해요.
"보통 (미국에서) 엄마로서 생활하는 것과 한국에서 배우로 활동하는 게 굉장히 다를 것 같잖아요. 그런데 저는 굳이 크게 다른 걸 못 느끼고 있어요. 미국에서의 삶도 굉장히 바빴거든요. 누구의 도움 없이 아이 셋을 키우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살림하고 아이들 키우는 엄마들이 참 힘들구나를 알게 됐죠. 또 제가 14년 만에 연기를 하게 됐지만 전부 엄마 역할이었기 때문에 제 삶의 연장이라는 느낌이에요."
Q.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요?
"항상 느꼈던 엄마 모습 그대로라고 해줘요(웃음)."
Q. 미국에서 생활하시는 걸로 아는데 앞으로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할 계획이신가요?
"제가 미국에 올 줄 누가 알았고 다시 연기를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앞으로의 일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하루하루 나한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감사하면서 살자' 싶어요. 제가 '뭐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그런 게 되는 것도 아니고요(웃음)." 
Q. 마지막으로 시청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제가 한 것보다 더 많이 칭찬해 주시고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사실 '세상에서'를 보고 다들 많이 우셨을 것 같아요. 엄마는 누구에게나 다 있는 존재니까요. 저도 이번 작품을 통해 '더 많이 사랑해야겠다'를 느끼게 됐어요. 가족들하고 하는 작은 일은 무심히 스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더 사랑하고 감사해야겠다는 걸 느꼈어요. 그러니까 시청자분들도 무심히 지나가는 일에도 더 사랑하는 표정을 짓고 가족들과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세상에서'는 제게도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사람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는 엄마를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 nahee@osen.co.kr
[사진] '세상에서' 포스터 및 스틸 및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