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의 힘은 없었다. OK저축은행이 속절 없이 7연패 늪에 빠졌다.
OK저축은행은 20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서 열린 삼성화재와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맞대결을 세트 스코어 0-3으로 셧아웃 패했다.
OK저축은행은 이날 패배로 연패를 '7'까지 늘리며 최하위를 지켰다. 시즌 13패(4승) 승점 14점. 6위 우리카드와 5점 차를 유지했다. '봄 배구'는 물론 탈꼴찌도 쉽지 않아보이는 분위기다.
승리의 맛을 보지 못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21일 대한항공 원정에서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후 7연패 중.
결국 선수단은 반삭발을 감행했다. 지난 13일 우리카드와 홈경기. 이날 경기는 6위와 7위의 맞대결이기에 탈꼴찌를 위해 승리가 절실했다. 이민규, 송희채, 송영근 등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머리칼을 밀었다. 하지만 이날 경기와 이후 대한항공전까지 패하며 6연패를 기록했다.
20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한숨이 가득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이발하며 인물 다 버렸다. 추운 날씨에 감기 걸리진 않을까 걱정이다. 왜 깎았냐고 물었다"고 아쉬워했다. 사령탑으로서 미안함을 전한 것.
이날도 '삭발 효과'는 없었다. OK저축은행은 세트 스코어 0-3으로 셧아웃 패했다. 내용을 까보면 손 쓰지 못하고 패할 경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점수를 내지 못했다.
OK저축은행은 1세트부터 삼성화재를 괴롭혔다. 세트 중반 17-14까지 앞섰지만 결국 추격을 허용했고, 21-21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여덟 차례 듀스. OK저축은행은 쐐기를 박지 못하고 결국 1세트를 내줬다. 2세트도 중반까지는 앞섰다. 하지만 15-12에서 동점을 허용한 뒤 허무하게 세트를 빼앗겼다. 3세트도 양상은 다르지 않았다.
단순히 머리칼을 자른 것만으로 경기력이 좋아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자체로 선수들의 의지를 느껴졌다. 실제로 선두 삼성화재를 맞아서도 매번 압박했을 정도. 하지만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 어느 때보다 시린 안산의 겨울이다. /ing@osen.co.kr
[사진] 안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