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는 대작들의 경쟁이 펼쳐지는 12월 극장가에서 ‘강철비’로 핵폭탄보다 더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양우석 감독의 우직한 연출력과 정우성, 곽도원의 끈끈한 케미스트리가 빛나는 ‘강철비’는 개봉 6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거침 없는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곽도원은 ‘강철비’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핵심이다. 묵직한 스토리부터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 그리고 중간 중간 묵직한 무게를 풀어주는 인간미 넘치는 웃음까지, 곽도원이 ‘강철비’의 처음부터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곽철우는 곽도원을 향한 양우석 감독의 굳은 믿음이 탄생시킨 캐릭터다. 양우석 감독은 시나리오 집필 단계부터 곽철우 캐릭터에 곽도원을 염두에 뒀다. 실제로 곽철우라는 이름 대신 곽도원의 본명인 곽병규를 캐릭터 이름으로 쓰려고 했을 정도다. 한마디로 곽철우는 곽도원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인물이다.
‘변호인’을 통해 곽도원과 처음 호흡을 맞췄던 양우석 감독은 영화 촬영 도중 곽도원이 팬이 됐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곽도원은 ‘변호인’에서 ‘국가를 위해 애국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꽃같은 청년들을 희생시키는 악랄한 고문 경찰 차동영 역을 연기하며 양우석 감독과 함께 천만 신화를 썼다. 메가폰을 잡은 감독마저도 소름끼치게 만드는 연기력과 현장마저 압도하는 집중력에 반했다는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에도 ‘믿고 부르는 배우’ 곽도원과 함께 했다.
“본인한테도 이런 얘기는 해준 적이 없는데, ‘변호인’에서 진우 역의 임시완 배우가 조서를 쓰고 나서 곽도원 배우가 꾸며서 썼냐고 하는 장면이 있어요. 다 시켜놓고 하는 거죠, 뻔뻔하게. 그런데 그 뻔뻔한 연기톤과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개인적으로 팬이 됐어요. 그런데 ‘변호인’ 때문에 미안하게도 악역 이미지가 굳어진 것 같더라고요. 저 때문에 이미지가 굳어진 느낌이 들어서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강철비’에서는 빚을 갚는 느낌으로 ‘신념 있는 멋쟁이’를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사실 영화 속에서 엘리트는 대부분 냉소적이고, 삶에 찌들고, 자기 본연의 임무보다는 계층적 삶을 위해서 그려지는 게 대부분이거든요. ‘강철비’에서는 철저하게 프로페셔널하게 국가의 이익을 위해 고민하고, 일을 하다가 가정에 소홀해 이혼까지 당한 캐릭터로 가보자, 소년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소년의 마음을 가진 엘리트를 그려보자 싶었죠.”
양우석 감독이 그리고 싶었던 곽도원의 ‘소년’이란 ‘지치지 않는 근성’이다. 양우석 감독은 “소년처럼 집요한 놈들이 없다. 중2들이 정말 집요하다. 집요하니까 지치지 않는다”고 웃으며 “‘아빠 어디가’의 윤후 같은 모습이 정말 ‘소년같음’의 정석인 것 같다. 남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강철비’에는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의 ‘남북의 두 철우’와 정권 교체를 앞둔 대한민국의 두 대통령이 등장한다. 이름이 같은 남북의 두 철우는 ‘원래 하나였던 대한민국’을 의미하고, 한반도 핵전쟁 위기를 둘러싸고 대립하는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은 북을 바라보는 분열된 대한민국의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단서다.
양우석 감독은 “우리가 민족을 정의할 때 언어는 굉장히 중요하다. 남북의 두 철우가 이름이 같다는 건 많은 의미를 줄 수 있다. 같은 말을 쓰고, 둘 다 똑같은 가장이고, 나이도 비슷하다. 다른 영화에서는 관계를 성공적으로 맺는 게 영화의 완결이겠지만, ‘강철비’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중요하지 않다. 사건을 뛰어넘으니, 관계도 뛰어넘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강철비’라는 폭탄 이름(스틸레인)이 어떤 철우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과연 우리가 어떤 철우를 선택해야할지, 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 분들이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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