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에서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가 된 정우성은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경신한 열연이라 극찬할 만하다. 철저히 상부의 명령으로만 움직이는 최정예요원의 굳은 심지,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남겨둔 채 돌아서지만 이내 흔들리고 마는 눈동자, 대한민국에서 또다른 철우를 만나 아이처럼 쌓아가는 순수한 우정까지, 엄철우의 모든 것은 분명히 우리가 지금까지 정우성에게 보지 못한 얼굴들이다.
드라마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소리’를 보고 정우성을 엄철우 역에 캐스팅했다는 양우석 감독의 선택은 적확했다.
“정우성은 대한민국에서 연기력이 가장 과소평가 돼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워낙 얼굴이 천재라(웃음). 수학을 박사급으로 잘하는 분이 영어를 100점을 맞은들 칭찬을 받을 수 있겠어요? 정우성도 마찬가지예요. 얼굴이 워낙 천재라 연기력이 과소평가 됐다고 늘 생각했죠.
정우성 배우가 그간 해왔던 역할에서 보여줬던 고민이 배우 정우성의 방향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얼굴 천재에 너무 집중했죠(웃음). 일단 정우성 배우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눈이 너무 슬퍼요. 그런 눈망울을 가지고 있는 배우가 드물잖아요. 어떻게 보면 ‘강철비’는 자기가 먹어야 하는 약도 가족을 위해 돈 때문에 파는 실직 가장의 이야기거든요. 정우성이 캐릭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봤죠. 여러 인연들이 겹쳐서 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함께 하게 됐네요.”
양우석 감독은 ‘얼굴 천재’로서의 정우성 뿐만 아니라, ‘액션 천재’로서의 면모도 극찬했다. 양우석 감독은 “우리가 정우성을 얼굴 잘생긴 배우로 알고 있지만, 최고의 액션 배우이기도 하다. 심지어 강렬한 액션을 직접 한다. 액션에 대한 노하우도 있고, 계산도 있는 대단한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북한의 암살 요원 최명록으로 분한 조우진 역시 양우석 감독의 또다른 ‘신의 한 수’다. ‘흥행작에는 꼭 조우진이 있다’는 말처럼, 충무로의 새로운 ‘소배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일을 이어가고 있는 조우진. 그러나 온몸을 던져 터미네이터급 액션을 선보이는 조우진은 낯설고 매력적이다. 정우성과 맞붙어 리얼한 액션신을 선사하는 조우진은 ‘강철비’의 풍성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서사를 담당한다.
양우석 감독은 “조우진이 맡은 캐릭터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는 역할이다. ‘1호를 없애라’라는 명령을 받은 사람이다. 종교적으로 말하자면 ‘예수님을 없애라’라는 명령을 받은 것과 똑같다. 자기 자신을 숨기고 죽이기 위해서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생각했고, 조우진 배우가 가진 선하고, 때로는 무표정한 포커 페이스 같은 표정이 많은 걸 담아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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