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연간 극장 관객수가 사상 처음으로 2억 명을 돌파해 한동안 자축하는 분위기가 이어졌었다. 당시 한국영화 연간 관객수 2억명 돌파는 우리 영화 장르의 다양성과 질적인 향상을 원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5년이 흐른 2017년에는 되레 연간 관객수가 2억 명에도 못 미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2억 1335만 명을 불러 모았고, 2억 1507만 명(2014), 2억 1730만 명(2015), 2억 1703만 명(2016)으로 이어졌는데 2016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오늘(12월19일 집계분)까지 2억 471만 명을 모았는데 연말 개봉하는 대작 ‘강철비’부터 ‘신과 함께-죄와 벌’, ‘1987’의 흥행에 따라 그 수치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 향유계층의 확대와 영화소비가 여가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긴 했지만, 요즘에는 더 이상 영화가 사람들의 취미 활동에 머물지 않고 있다. 그나마 현상 유지를 하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할 판이다.
3대 멀티플렉스 중 하나인 CGV 서정 대표는 최근 진행된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에서 “한국 미디어 산업은 격변의 상황에 돌입했다. 올해는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어떻게 하면 영화의 관람객을 늘릴 수 있을지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체기에 빠진 한국영화 시장의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미이다.
이어 서 대표는 “개별 영화에 돌아갈 파이가 줄고 있다. 영화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문제지만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한 해 동안 개봉하는 영화의 과잉공급이 더 문제”라며 “해외 공략이 급선무다. 이렇게 작은 시장에서 치고받다가는 영화 산업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관람객을 타깃으로 삼을 게 아니라 아시아 세계인을 겨냥해야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20대부터 영화를 꾸준히 소비해오던 소비자층이 나이가 들어서도 영화 소비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소비관객층의 확대가 이뤄졌지만 스릴러, 사극 등 특정 장르로만 신작이 몰리면서 관객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새로운 장르 개발은 물론이고 신선하고 개성 있는 배우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다.
5년째 2억 명 관람이 유지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이 수치가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추세적으로 한국영화가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흥행한 한국영화의 수도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한국영화 산업이 어려운 위기 상황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전투적으로 한국 콘텐츠를 늘리고 있는 것도 정체기를 맞게 된 또 다른 이유로 분석된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