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등 충무로를 이끄는 대표 배우들이 총출동한 ‘1987’(감독 장준환)이 올해의 대미를 장식하는 한국 영화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결과에 대한 여러 가지 추측과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관객들의 선택이 영화의 성패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다.
‘1987’의 흥행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난해와 올해의 대한민국이 그때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힘으로 민주적인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6월 민주항쟁은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린 촛불집회의 모태였고 한국 민주주의의 도화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는 특히 6·10 항쟁이 정확히 30주년을 맞이하며 한층 더 깊은 의미를 남기고 있다.
19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직선제를 거부하며 4.13 호헌조치를 선언했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이어 연대생 이한열 열사가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쓰러지면서 반정부 시위는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1987년엔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며 전국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는데, 지난해에는 충격적인 대통령-비선 실세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광장에 모였다. 6월 10일 대규모 정부 규탄대회를 열었던 것과 올해의 촛불집회가 묘하게 닮아 있는 이유다.
올해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돌파한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의 성공도 ‘1987’의 흥행을 이끌 또 다른 비결로 꼽힌다. 물론 같은 해에 민주화 운동을 그린 작품이 연달아 나온다는 것이 되레 관객들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양날의 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광주로 데려다 준 서울의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민주화운동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다뤘지만 당사자가 아닌 택시운전사의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점이 전 세대 관객들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낸 요인으로 꼽힌다. ‘1987’도 특정 연령대와 지역적 계층이 아닌 전 연령층의 고른 공감을 받아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연기력을 갖춘 명배우들의 열연이 관객들에게 뜨거운 감동과 눈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택시운전사’에 송강호가 있었다면 ‘1987’에는 김윤석과 하정우, 유해진, 강동원, 여진구, 이희준, 박희순, 설경구, 김태리가 있다. 이 배우들이 각자 맡은 인물의 내면을 세심하게 표현했기에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 대전에 가장 먼저 뛰어든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가 개봉 3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선전하고 있는 것도 ‘1987’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작인 ‘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보다 뒤늦게 개봉하는 것도 흥행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