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박명수와 정준하가 ‘코빅’ 통편집은 겨우 면했지만, ‘코미디 대선배’의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tvN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의 무대를 준비하는 정준하와 박명수의 모습이 그려졌다.
최근 양세형이 박명수에게 “형은 ‘코빅’ 막내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 후, ‘무한도전’은 ‘코빅’ 측에 협업을 제안해 박명수와 정준하가 무대에 서는 특집을 기획했다. 코미디 ‘하와 수’가 결성되자, 멤버들은 두 사람은 전폭적으로 응원했다. ‘코빅’ 서열 2위인 양세형은 두 사람의 멘토가 됐다.
‘코빅’은 투표제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정준하와 박명수는 관객들을 웃기지 못하면 통편집 굴욕을 당할 수 있었다. 코미디계 대선배로서 통편집만큼 굴욕적인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 정준하와 박명수는 최선을 다해 코너를 짜기 시작했다.
‘코빅’의 신입이 된 두 사람은 막내가 된 마음으로 임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두 사람은 삐걱꺼렸다. 서로 다른 개그 스타일 때문에 충돌한 박명수와 정준하는 ‘코빅’ 선배들 앞에서 의견을 물었다. 박명수의 콩트는 “2017년 본 개그 중 가장 노잼”이라는 혹평을 들었지만, 정준하의 콩트는 그나마 낫다는 말을 들었다.
서로의 콩트 분위기를 적절히 섞어 코너를 보완하기로 한 두 사람. 그렇게 완성한 코너는 무대에 올려졌다. 환호성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박명수와 정준하는 마이크 NG가 나고, 지게가 서지지 않아 타이밍을 놓치는 등 운이 좋지 않았다. 거기에 야심차게 준비한 꼴뚜기송도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다행히 50% 투표는 넘겨 오늘(17일) 방송에서 두 사람의 무대는 전파를 탈 예정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두 사람의 개그는 큰 웃음을 주진 못했다. 콩트가 아닌 야외 버라이어티에 강세를 보이는 박명수, 그리고 박명수와 스타일이 제일 다른 정준하의 조합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려질 수 있는 그림이었다.
코미디의 전성기 한가운데에 있었던 박명수와 정준하에겐 참 씁쓸한 시간이었을 터다. 그만큼 느낀 것도 많았을 일이었다. ‘무한도전’ 멤버로서 최고의 대접을 받은 두 사람이지만, 그 울타리를 벗어난 순간 박명수와 정준하는 진땀의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자아성찰의 순간이었다. 최신 유행어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던 박명수, 트렌드를 어떻게든 따라잡으려고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아 속상한 정준하의 모습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활발한 쌍방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요즘 개그, 참 쉽지 않다. 이들은 내 것에 만족해 시청자들과의 소통, 시대의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정준하와 박명수는 그 어느 때보다 노력했다. 비록 ‘코미디 하와수’ 기획 자체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나 두 사람이 이번 특집을 통해 깨달은 바를 ‘무한도전’에 쏟기를 바랄 뿐이다. / yjh0304@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