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토요드라마 ‘돈꽃’, 분명 막장이다. 출생의 비밀을 안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없고, 권력을 위해선 사람의 목숨은 종이 한 장 취급을 한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 핏줄간의 잔인한 전쟁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돈꽃’엔 ‘명품’의 느낌이 있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승세가 이해가 간다.
‘돈꽃’은 대한민국 최고 재벌인 청아그룹을 배경으로,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장혁, 장승조, 박세영이 중심축을 이끌고, 이순재, 이미숙, 선우재덕 등 베테랑 배우들이 전폭 지원한다.
지금까지 ‘돈꽃’은 매회 반전 엔딩으로 숨막히는 전개를 펼쳐왔다. 청아그룹의 개로 살고 있는 주인공 강필주(장혁 분)은 알고 보니 청아그룹의 숨겨진 혼외자식이었고, 현재 청아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인 장부천(장승조 분)은 정말란(이미숙 분)의 수족인 오기사(박정학 분)의 자식이라는 사실이 지난 방송에서 밝혀졌다.
‘돈꽃’은 청아그룹 내부의 전쟁뿐 아니라 정치와 권력의 은밀한 거래를 촘촘하게 쌓아올렸다. 이 검은 거래의 최대 희생양은 나모현(박세영 분)이다. 장부천의 계승권을 위해 꼭 필요했던 유력 대통령 후보의 딸 나모현은 강필주가 그린 청사진 위에서 감정마저 조종당했다. 사랑해서 결혼한 장부천에겐 혼외자식이 있었고, 정치 자금을 청아그룹에서 받았던 아버지 나기철 의원은 청아가 회장 장국환(이순재 분)의 지시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야말로 막장의 끝이다. 하지만 결코 ‘돈꽃’을 막장이라 평가할 수 없다. 현실 재벌가와 정치계는 드라마보다 더 할 것이다. 막장 같은 현실을 드라마로 신랄하게 보여줬을 뿐이다. 가족 사이에 사랑과 정이 없고, 불신과 전쟁만이 남은 청아가를 최대한 건조하고 날카롭게 그린다.
스토리는 과감하고 빠르게 진행해 시청자들이 다른 생각 하지 못하고 드라마를 따라가도록 만든다. 불필요한 감정과 우연은 모두 잘라냈다. 캐릭터들은 혼외자식, 가족의 죽음 등 기구한 운명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머리싸움을 해야 한다.
어느 새 2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돈꽃’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비장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드라마는 막이 내린다. 캐릭터들의 관계는 그 어떤 드라마보다 막장이지만, 절대 이를 막장으로 그려내지 않고 현실로 만들어낸다. 시청자들은 그런 ‘돈꽃’을 향해 “명품 막장”이라며 박수를 쏟아내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만듦새를 12회까지 충실하게 끌고 간 ‘돈꽃’은 무서운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분은 전국 기준으로 17.2%를 기록해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닐슨코리아 제공) 시청률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지지도 높다. 이런 ‘명품 막장’을 도대체 얼마 만에 보는 걸까. ‘돈꽃’이 과연 얼마나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웰메이드로 남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 yjh0304@osen.co.kr
[사진] ‘돈꽃’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