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투혼’ 최진수, 신인 때 패기가 살아났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12.16 05: 59

잠자던 최진수(28·오리온)의 전투력이 부상을 계기로 타올랐다.
고양 오리온은 1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7-18 정관장 프로농구’ 3라운드서 전주 KCC를 86-81로 잡는 파란을 연출했다. KCC(16승 7패, 2위)의 단독선두 등극을 저지한 9위 오리온은 시즌 6승(17패)을 챙겼다.
히든카드는 최진수였다. 후반전 조커로 투입된 최진수는 안드레 에밋을 전담마크하며 6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으로 활약했다. 그는 천하의 에밋을 블록하는 등 높이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무엇보다 눈두덩이 시퍼렇게 부어오른 상태로 코트에 선 그의 기세에 KCC 선수들이 압도됐다. 얌전하게 편한 농구만 한다는 기존 최진수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투사의 모습이었다.

최진수는 지난 8일 SK전 4쿼터 막판 헤인즈를 수비하다 그의 팔꿈치에 눈두덩을 얻어맞았다. 부상부위가 찢어져 출혈이 심했다. 최진수는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5반칙과 함께 테크니컬 파울까지 지적됐다. 4점을 이기던 오리온이 역전패를 당한 계기였다. 최진수는 목에 입은 큰 충격에 한 동안 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보다 빠르게 부상을 털고 일어난 그는 누구도 상상 못했던 터프한 모습으로 대어 KCC를 낚았다.
지난 2011년 드래프트서 최진수는 오세근과 김선형에 이어 3순위로 오리온에 입단했다. 203cm 깡마른 체형이지만 골밑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근성이 돋보였다. 최진수는 프로데뷔시즌 14.4점, 4.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오세근에게 덩크슛을 얻어맞고 어깨를 부딪친 뒤 분해서 입술을 깨무는 그 모습에 팬들이 열광했다. 승부욕하나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선수였다. 볼핸들링은 투박했지만 크리스 윌리엄스의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컷인은 백미였다.
최진수는 2012년 10월 어깨부상을 당했다. 한 달여 만에 코트로 돌아왔지만 트라우마가 심했다. 골밑에서 전투적인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외곽으로 겉도는 경우가 많았다. 시즌 종료 후 어깨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썩 나아지지 않았다. 슈팅에도 지장이 많았다. 5.1개를 잡았던 리바운드는 다음 시즌 2.9개로 뚝 떨어졌다. 오리온에 김동욱, 허일영 등 포워드들이 대거 가세한 영향도 있었지만, 최진수 본인이 골밑 몸싸움을 꺼려했다.
이미 17세에 성인대표팀에 뽑혀 잭슨 브로만을 상대로 과감한 덩크슛을 시도하던 최진수였다. 그는 청소년대표시절에는 센터까지 소화하던 만능유망주였다. 국내 중학교 무대에서 너무 적수가 없어 미국진출을 시도한 일화는 전설로 남았다. 미국에서도 살아남아 한국남자선수 최초로 NCAA 디비전1 명문 메릴랜드대학까지 진학했던 그다.
하지만 최진수도 내년이면 서른 살이다. 매년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기량이 정체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올 시즌 이승현과 장재석이 군복무로 자리를 비워 최진수의 역할이 더 중요했다. 최진수는 여전히 외곽슛에 의존하면서 골밑에 들어가길 꺼렸다. 203cm의 좋은 신장으로 리바운드 3.6개는 문제가 있었다. 본인도 농구가 잘 되지 않아 답답해하는 시점에서 불운의 부상이 나왔다.
이제 최진수는 더 두려울 게 없다. 앞으로 최진수가 각성한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부상은 어쩌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동기인 오세근은 프로농구 최고센터로 성장했다. 오세근과 맞짱을 뜨던 최진수가 이대로 저물기에는 가지고 있는 재능과 열정이 너무 아깝다. 최진수는 “아프지만 참고 뛰고 있다. 오늘 운이 좋았다. 그래도 신인 때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농구화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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