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구 신드롬①] 설경구는 어떻게 '지천명 아이돌'이 됐나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12.16 10: 50

"꾸꾸, 우리 꾸, 설탕…" 여기까지만 들으면 마치 최고 아이돌그룹 멤버의 별명인 듯 싶지만, 이 달콤한 애칭들은 사실 배우 설경구의 몫이다. 나이 50, 하늘의 뜻을 알았다고 해서 '지천명(知天命)'이라 불리는 나이, 설경구는 하늘이 아니라 팬들의 뜻과 사랑을 제대로 알았다. 설경구가 등장하는 각종 행사와 시상식에는 설경구를 응원하는 플래카드와 응원도구를 든 팬들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아이돌들의 전유물이라는 굿즈 판매와 지하철역 광고 역시 설경구를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가 탄생했다.
설경구에게 '지천명 아이돌'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 준 것은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변성현 감독)'이다. '불한당'은 두 남자의 의리와 배신을 그린 범죄액션드라마. 
'불한당'에 출연하기 전, 설경구는 여러 편의 영화로 흥행 실패의 쓴맛을 봤다. '나의 독재자', '서부전선', '루시드 드림' 등 선보이는 작품마다 흥행의 여신은 늘 그의 편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설경구는 '나의 PS 파트너'로 주목받은 변성현 감독을 만나게 됐다. 캐스팅을 위해 설경구를 만났던 변성현 감독은 "함께 해달라"는 뻔한 제안 대신 "선배님을 빳빳하게 펴드리겠다"는 패기 넘치는 호언장담으로 설경구와 한 배를 탔다. 

'불한당'에서 설경구는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한재호 역을 맡아 열연했다. 교도소에서 만난 신참 현수를 믿고 싶어하지만 끊임할 수밖에 없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기에 외롭고 치열하고, 쓸쓸하고 찬란한 한재호가 된 설경구는 분명히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생경한 얼굴이었다. 쉴 틈 없이 연기했고, 끊임없이 성공했다. 성공가도 끝에서 만난 슬럼프는 길고도 지독했다. 설경구조차도 '꾸깃'해졌던 시절 만난 '불한당'은 설경구에게도, 그를 보는 관객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됐다. 탄탄해진 근육질 몸매에 빈틈없는 쓰리피스 슈트를 입은 설경구는 섹시함까지 장착했다. 설경구의 터닝 포인트였다. 
설경구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 준 '불한당'이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영화 개봉 직전 변성현 감독의 SNS 발언이 불거졌고, 변 감독은 이로 인해 생애 처음으로 초청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참석까지 취소했다. 칸영화제에서 이례적으로 7분간 기립박수를 받고, 외신에서도 극찬을 받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은 '불한당'이지만, 변성현 감독의 SNS 논란이 가져온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결국 '불한당'은 국내에서 9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객관적으로는 분명히 아쉬운, 분명히 흥행에서 비껴난 수치다. 
그러나 '불한당'은 숫자로는 셀 수 없는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불한당'을 아끼는 마음으로 자체적으로 결성된 마니아들인 '불한당원'들은 지금도 대관을 이어가며 '불한당'을 관람하고 있다. 개점휴업 상태였던 설경구의 팬카페는 매일 수많은 팬들이 일상을 나누고 설경구를 응원하는 따뜻한 사랑방으로 재탄생했다. 팬들은 굿즈를 만들어 설경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하는 한편, 아낌없는 '조공'으로 설경구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설경구는 팬들에게 받은 선물을 각종 행사에서 '인증'하는 센스로 '아이돌급 소통'을 실현 중이다. 
다시 빛나기 시작한 설경구, 상복마저도 설경구의 것이었다. 설경구는 '불한당'으로 제54회 대종상은 물론, 제37회 영평상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는 관객들이 주는 인기스타상을 수상했다. '불한당'으로 그야말로 빳빳하게 펴진 설경구의 전성시대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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