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진웅 "연극은 원래 내가 있던 곳, 좋은 배우 되고파"
OSEN 김나희 기자
발행 2017.12.16 12: 59

처음 그를 봤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성장할 줄은 몰랐다.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했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기에 가능했던 성과였다. 바로 tvN '혼술남녀', KBS2 '아버지가 이상해'를 연달아 히트시킨 배우 민진웅 이야기다.
민진웅을 만나게 된 이유는 그가 현재 연극 '밀레니엄 소년단'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데뷔 전 연극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실력자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그가 참여하는 '밀레니엄 소년단'은 지훈, 동우, 형석, 명구 등 고등학교 시절 4인방의 추억을 녹인 작품. 극중 지훈이 뇌사 상태에 빠지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풀어내며, 민진웅은 동우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민진웅은 현재 방송 중인 KBS2 '저글러스' 출연도 확정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황. 지난해 '혼술남녀'로 눈도장을 찍은 뒤 올해 '아버지가 이상해'로 '국민 장남'에 등극, 곧이어 월화극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저글러스'에 출연하니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이에 OSEN은 영화 '성난 변호사', '검은 사제들', '동주', '재심', '박열' 등을 거치며 충무로 기대주로 주목받은 것은 물론, 자신의 뿌리였던 연극 활동도 이어가며 '혼술남녀', '아버지가 이상해', '저글러스' 등으로 브라운관에서도 맹활약 중인 민진웅을 만나봤다.
◆연극인 민진웅, 그리고 '밀레니엄 소년단'
Q. 민진웅씨가 생각하는 '밀레니엄 소년단'은 어떤 작품인가요?
"네 명의 친구들이 인간관계 속에서 후회도 하고 오해도 하면서 어떻게든 엉클어졌던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에요. 그 과정에서 90년대 이야기가 섞여있고요. 사실 초연하고 내용이 좀 달라졌어요. 초연은 끈끈한 내면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이었고 저희는 초연에 좀 더 본질적인 고민이 추가됐어요. 초연을 기대하고 오셨다가 당황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도 따뜻한 장면이 많으니까 추운 겨울에 오셔서 이 따스함을 같이 느껴주셨으면 좋겠어요."
Q. '밀레니엄 소년단'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요?
"데뷔하기 전에 무대에 오른 적이 있어요. 안혁원 프로듀서는 그때부터 알고 지내던 형이고요. 그전에도 좋은 작품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는데 스케줄이 겹쳐서 하지 못했거든요. 이번엔 스케줄이 조금 겹치긴 했지만 다행히 회사에서 허락해줘서 출연하게 됐어요. 제가 초연을 재밌게 본 작품이기도 하고요. 또 오랫동안 꾹꾹 눌러왔던 무대에 대한 열정을 발휘하고 싶기도 했어요."
Q. 이전에도 연극을 한 적이 있나요?
"연극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면서 많이 했어요. 소속사가 생기기 전 대학로 소극장에서 한두 작품 정도 했고요. 소속사와의 계약도 관계자분이 그 무대를 보고 맺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연극은 거의 4년 만이죠. 어떻게 보면 이번이 제대로 된 데뷔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평소 무대에 대한 갈망이 있었나요?
"지난 2013년 8월 밀양연극제가 마지막 공연이었는데 항상 '원래 내가 있었던 곳이 저기였는데'라면서 그리워했어요. 4년 만에 하다 보니 긴장이 많이 됐고요. 제가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라 이번 무대에서는 긴장감을 해소하는데 중점을 뒀어요. 또 생각보다 발성이 떨어진 것 같아 훈련 중이고요. 항상 똑같이 잘 하기 위해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무대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요?
"드라마나 영화는 모두가 볼 수 있고 기록되는데 무대에서의 에너지는 배우, 관객, 스태프 밖에 모르잖아요. 우리끼리만 공유하는 특별한 두 시간이라 더 따뜻하고 즐겁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Q. '밀레니엄 소년단' 첫 공연 때 느낌이 어땠나요?
"모든 배역이 트리플 캐스팅이고 열두 명이 모여 좋은 쪽으로 생각하다 보니 마지막 퍼즐이 하나씩 해결되는 느낌이에요. 제가 속한 팀은 두 번째 순서였는데 첫 번째 팀이 하는 걸 보고 못 풀었던 문제가 해결된 상태에서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됐죠. 첫 번째 팀이 쌀을 잘 담가놨으니 우리가 밥을 잘 짓고 마지막 팀이 밥을 잘 뜨면 되겠다는 느낌? 그래도 첫 공연은 전쟁터에 나가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떨리긴 했어도 집중해서 잘 끝낸 것 같아 다행이에요." 
◆'저글러스' 민진웅이 연기할 마초남은?
Q. '저글러스'에도 출연하는 것으로 알아요. 아직 민진웅씨가 나온 건 아니지만 방송을 본 소감은 어떠셨나요?
"당연히 재밌게 시청했어요. 저도 '저글러스' 출연진 단톡방에 초대됐는데 다른 출연진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긴 하지만 아직 잘 모르는 촬영장 이야기가 나오니 '빨리 가고 싶다', '나도 같이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벌써 많이들 고생하고 계시고요. 다행히 '저글러스'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 같아 빨리 시청률 고공 행진을 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6회부터 나오니까 다른 분들이 지어놓은 밥에 뜸을 잘 들이겠습니다(웃음)."
Q. '저글러스'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마초남이에요. 긁는 역할이죠. 극에 속도감을 붙일 수 있는 캐릭터에요. 극중 좌윤이(백진희 분)의 전 남자친구로 나와요. 좌윤이가 3~4년을 뒷바라지했는데 제일 중요한 순간 남자 친구들에게 일이 생겨 항상 그들과 시간을 보내죠. 심지어 여자친구한테 용돈을 받아서요. 하지만 좌윤이와 헤어진 후 소중함을 깨닫고 열심히 준비해 전 여자친구 앞에 떳떳하게 나타나는 인물이에요."
Q.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를 알려주신다면요?
"'저글러스'라는 제목처럼 모든 직장에서 있을 만한 내용이지만 무겁지 않은, 통통 튀는 사랑 이야기가 숨겨 있는 작품이 될 예정이에요. 오피스 로맨스물이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배우 민진웅의 길
Q. '혼술남녀', '아버지가 이상해', '저글러스'까지, 바쁘게 달려온 느낌이에요.
"아직 꿈꾸던 삶에는 다다르지 못했어요. 그래도 시작은 한 느낌이에요. 요즘은 출발선상에 서는 것도 힘드니까요. 그래도 달라진 점은 별로 없어요. 물론 이젠 한두 분씩 알아봐 주시지만 지금도 똑같이 지하철, 버스를 타고 다녀요. 저는 다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다' 정도로 알아봐 주셔서 그게 너무 감사해요. 워낙 일주일만 쉬어도 몸이 근질근질한 편이라 영화 '동주' 이후 계속해서 작품이 들어오고 있는 지금이 감사해요. 시간이 날 때마다 미팅과 오디션을 계속 보고 있어요."
Q. 앞으로 맡아보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나요?
"아무래도 지금까진 조금 선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많이 보여드렸으니 앞으로 반대되는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연 있어 보이고 악인인지 선인인지 구별이 안 되는 역할이요."
Q. 예능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예능도 좋아해요. 예전에 제 꿈이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컬투쇼'에 나가는 거였거든요. '라디오스타'와 '컬투쇼'는 이미 꿈을 이뤘고요. 그런데 세상에 쉬운 일이 없더라고요. 저한테 토크형 예능은 안 맞다는 걸 깨달았어요. 요즘은 '나혼자 산다'나 '꽃보다 청춘' 시리즈, '삼시세끼' 시리즈같이 생활 밀착형 예능에 나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Q.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하는 작품, 연기를 보시고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인 것 같아'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은 많지만 좋은 배우는 많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거든요. 사실 지금의 저는 대학교 동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서로 도움도 주고 자극도 되는 이 친구들과 함께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 일은 봐주시는 분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를 봐주시는 모든 분들을 위해 더 다양한 작품에서 뵐 수 있도록 성실하게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악플에도 강한 편이지만 그래도 좋은 말이 더 힘이 되니까 항상 격려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올 한해 마무리 잘하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극장에서 봐요(웃음)."
한편 '밀레니엄 소년단'은 오는 2018년 2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110분. 만 13세 이상. / nahee@osen.co.kr
[사진] Story P 제공, OSEN DB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