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지난달 28일 종영했지만 3색 3커플이 남긴 여운은 여전하다. 이민기-정소민 커플은 결혼의 의미를 다시 정의했고 박병은-이솜 커플은 화끈한 연애의 묘미를 자랑했다.
김민석-김가은 커플은 7년 장기 연애 커플의 눈물과 웃음을 리얼하게 그렸던 바다. 덕분에 시청자들의 가장 큰 공감을 사기도. 양호랑 역으로 심원석 캐릭터의 김민석과 호흡을 맞췄던 김가은을 지난 12일 합정동 OSEN 사옥에서 만났다.
노랑 니트에 상큼한 단발머리로 밝게 인사하는 그는 '이번 생은 처음이라' 속 양호랑처럼 통통 튀고 매력적이었다. 착하고 순수했지만 다소 '똥멍충이'였던 심원석 캐릭터를 원망하며 김가은과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김민석도 이해 못한 5년 뒤 결혼"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양호랑은 취집주의자였다. 그래서 서울대 공대생인 심원석을 콕 찍어 7년간 키우다시피했고 그와 결혼이 인생 목표인 여자였다. 어떻게 보면 여성 시청자들의 미움을 샀을 법도 한데 김가은은 양호랑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결혼에 목숨거는 호랑이를 한편으론 이해했지만 한편으론 이해도 안 되더라고요. 하지만 저 역시 3년 정도 길게 연애해 봤고 주변에 10년 사귀었다가 헤어진 친구들이 있어서 오래 연애하면 결혼을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다만 너무 결혼에 목매는 것처럼 보이고 싶진 않았어요. 단지 순진해서 '원석이를 잘 키워서 결혼할 거야' 싶은 로망이 있는 호랑이였거든요. 그래서 장기 연애자들의 공감을 샀던 것 같아요. 답답하거나 밉게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랑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었답니다."
7년 연애에 옥탑방 동거 커플인 양호랑과 심원석이었다. 알콩달콩 연애하다가 결혼 얘기만 나오면 도망가는 심원석 때문에 양호랑은 펑펑 울기 일쑤. 김가은과 김민석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났지만 금세 친구가 됐고 시청자들의 폭풍 공감을 이끌어낼 정도로 완벽 호흡을 뽐냈다.
"동거 커플이라 어색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몇 번 만나서 대본도 맞춰봤어요. 워낙 김민석이 성격이 좋아서 많이 친해졌죠. 또래다 보니 부담없이 촬영 안 할 때에도 대화를 많이 나누며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췄죠. 진짜 7년 연애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극 중 원석이가 결혼은 5년 만 기다려 달라고 했잖아요. 원망스럽더라고요(웃음). 민석이도 5년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 했고요. 그 정도로 원석이랑 호랑이는 오래 만났지만 대화가 부족한 커플이었어요. 엔딩에서 원석이가 아기를 안고 있는데 호랑이랑 결혼해서도 둘이 알콩달콩하지만 답답하게 살지 않았을까요. 하하."
◆"이상형은 복남이x마대표님"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호평을 받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이 맡은 캐릭터에 200% 녹아들었기 때문. 또한 이민기, 박병은을 뺀 정소민, 이솜, 김민석, 김가은은 또래라 친구가 됐다. 이민기, 박병은 역시 이들과 유쾌하게 녹아들어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했다.
"마대표님, 박병은 오빠는 분위기 메이커예요. 정말 너무 웃기죠. 붙는 신마다 NG가 났어요. 이민기 오빠는 한 번도 붙는 신이 없었지만 이상하게 금방 친해졌어요. 제가 데뷔 초 인터뷰 때마다 이상형으로 얘기했던 분인데 뵙게 돼 영광이었죠. 사실 다가가기 어려울 것 같았는데 귀여우시더라고요. 의외의 모습도 많고요."
"제 스타일은 마대표님이에요. 자기 여자를 지지해주고 어른 남자 같고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복남이 캐릭터의 김민규도 멋진 것 같네요. 밝은 에너지에 보조개도 멋졌고요. 무엇보다 여자 셋이 진짜 친해졌어요. 여배우 셋이 기싸움 벌일 법도 한데 털털한 이솜과 생각 깊은 정소민 덕분에 많이 배웠답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은 윤난중 작가의 대사에 크게 공감했고 박준화 감독의 따뜻한 연출에 흠뻑 빠져들었다. 배우들이 칭찬에 칭찬을 보내는 연출진에 스태프들까지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감독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에요. 촬영장에서 예민해질 법도 한데 배우들 매니저와 코디 이름까지 웃으면서 불러주시요. 작가님께는 연기하면서 처음으로 캐릭터에 대해 따로 연락해서 물었는데 상세하게 알려주셨죠. 카메라 감독님은 대학교 스승님이셨고요. 현장이 참 편했어요. 일하러 가는 기분이 아니라 즐기러 가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시즌2 원해요?"
김가은은 어느새 30살을 앞두고 있고 데뷔한 지 8년 차다. 이번 양호랑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인생캐'를 만났다는 평을 얻기도. 대중적인 인지도도 많이 올라갔고 여전히 길에서 호랑이로 불리는 김가은이다.
"8년간 연기를 했는데 이번 작품은 연기 욕심 없이 그저 캐릭터를 소화했어요.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그동안 제 나이보다 어린 역할을 많이 했는데 이번엔 딱 제 나이대에 공감이 많이 되고 성격이 비슷한 양호랑을 연기했어요. 인생캐를 만난 느낌이네요."
"20대 나름 열심히 달려왔어요. 배우로서 슬럼프도 겪고 힘들었는데 '이번 생은 처음이라'로 20대를 잘 마무리하는 느낌이에요. 잘 만났죠. 기억에 많이 남을 듯해요. 시청자분들 덕분입니다. 그러니 시즌2도 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원해주세요(웃음)." /comet568@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