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를 지배했던 에릭 테임즈(밀워키)가 떠난 빈 자리. 이대호가 토종의 명맥을 지켰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개최했다. 외야수 세 명 포함 총 열 개 부문 시상이 이뤄졌다. 1루수 부문 주인공은 이대호였다.
1루수는 외인들의 힘겨루기 속 '토종 선수' 이대호가 명함을 내미는 형국이었다. 타격에 집중하는 포지션인만큼 타격 성적은 모두 화려했다.
기록만 보면 로사리오의 득세가 예상됐다. 로사리오는 올 시즌 119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푼9리, 37홈런, 11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75를 기록했다. 시즌 종료 후 한화를 떠나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 입단이 확정됐지만 기록만은 화려했다.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도 5.25로 가장 높았다.
'타점왕' 러프 역시 무시무시했다. 러프는 올 시즌 134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5리, 31홈런, 124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며 '퇴출설'까지 돌았지만 실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115경기서 타율 3할, 35홈런, 111타점의 재비어 스크럭스 역시 지켜볼 만했다. 스크럭스는 팀을 가을야구에 이끈 공로가 있다.
국내 선수는 이대호의 독무대였다. 6년 만에 돌아온 이대호는 142경기에서 3할 타율에 34홈런을 기록했다. 객관적인 성적에서는 앞서 언급한 세 외인에 밀렸지만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대호의 수상이었다. 2년 연속 외인이 가져갔던 골든글러브를 이대호가 되찾았다. 2015년부터 2년간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독식했던 테임즈의 외인 천하가 종식됐다.
사실 1루수는 외인에게 유독 박했던 영역이다. 대개의 포지션에서 국내 선수들의 득세가 이어졌다지만 1루는 더욱 심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 이후로 범위를 좁혀도 이승엽의 득세가 어마어마했다. 이승엽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6년 연속 황금 장갑을 꼈다.
이승엽이 떠나자 양준혁과 김태균, 이대호, 최희섭, 최준석 등이 수상을 나눠가졌다. 2012년부터는 박병호가 3년 연속 황금 장갑을 손에 넣었다. 리그를 지배했던 외인들이 많았음에도 1루수 골든글러브는 토종 밭이었다.
하지만 2015년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테임즈는 2015년 142경기서 타율 3할8푼1리, 47홈런, 140타점을 기록했다. 이견 없는 성적으로 외인 첫 1루수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다. 이어 2016년에도 123경기서 타율 3할2푼1리, 40홈런, 12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골든글러브 수상은 당연했다.
테임즈가 올 시즌 앞두고 메이저리그 컴백을 선언하고 이대호의 컴백으로 토종 선수의 재득세가 예상됐다. 예상대로 이대호가 수상하며 토종 강세를 이었다. /ing@osen.co.kr
[사진] 삼성동=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