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승부처에 ‘화기애애’...DB의 특별한 작전시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12.13 07: 09

잘 나가는 팀은 분위기부터 다르다.
원주 DB는 1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7-18시즌 정관판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서울 SK를 95-94로 제압했다. DB는 15승 6패로 SK와 함께 공동 2위가 됐다. KCC(16승 6패)는 선두로 올라섰다. 
최근 DB는 전반전에 크게 뒤지는 경우가 많다. 신기하게도 DB선수들은 후반전이 시작되면 눈빛이 살아난다. 큰 점수 차에 주눅 들기는커녕 ‘그래, 한 번 해보자!’라는 분위기다. 전반전 26점을 뒤졌던 DB가 후반전 힘을 내기 시작했다.

DB가 많이 좁혔지만 4쿼터 시작할 때 55-74로 19점을 뒤졌다. 보통 이 정도 점수 차면 경기를 쉽게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DB는 버튼의 동점 3점포가 터져 연장전에 가더니 끝내 경기를 뒤집었다. 육체적인 체력저하를 이겨낸 정신력의 승리였다.
두경민은 “26점 더블스코어 벌어져도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준우승 했을 때보다 분위기가 좋다. DB가 지금의 페이스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DB는 작전시간부터 특별하다. 보통 승부처 긴박한 순간에 선수들은 경직돼있고, 코칭스태프는 바쁘게 작전을 설명한다. 그런데 이상범 감독은 작전판을 그린 뒤 “한 번 해봐”하고 웃는다. 선수들도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다. 다른 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장면이다. 작전시간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 ‘누가 슛을 던질까?’하는 두려움도 없다.
4쿼터와 연장전 결정적 3점슛을 터트린 버튼은 “별 느낌 없었다. 승리에만 집중했다. 승리를 위해 뭐든지 다하려고 생각했다. 연장전 초반 감독님이 뺐을 때도 전적으로 의견에 따랐다. 우리가 같은 유니폼 입고 있는 동안 두려울 필요 없다. 최선을 다하면 된다”면서 강한 신뢰를 보였다.
DB는 지난 KCC전에서도 18점 뒤지던 경기를 다 따라갔다. 마지막 2점 뒤진 상황에서 윤호영이 역전 3점슛을 던졌다. 슛이 불발됐지만 팀 전체가 화기애애했다. 이상범 감독은 “우리 팀이 체력이 떨어져 연장전에서 승부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호영이 슛을 한 번 놓쳤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쏴보라고 했다. 어차피 우리 팀은 윤호영이 잘해야 사는 팀이다. 그래서 호영이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을 얻은 DB 선수들은 끈질기게 따라붙어 승부처에서 과감한 슛을 날리고 있다. 누구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DB가 유독 극적인 역전승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학생=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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