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를 쌓아둘 공간이 걱정된다. 양현종이 올 가을부터 겨울까지 벌써 열 개의 트로피를 확보했다. 매번 비슷한 듯 다른 수상 소감을 생각해내는 게 대단할 지경이다. 이제 관심은 대미를 장식할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에 쏠린다.
2017년은 정유년, 붉은 닭의 해였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만큼은 양의 해였다. 2017 KBO리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양현종이었다. 양현종은 올 시즌 31경기에 등판해 193⅓이닝을 소화하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토종 좌완으로는 이상훈(1995년·당시 LG) 이후 22년 만에 20승 고지에 올랐다. 팀 동료 헥터와 함께 다승 공동 선두. 양현종의 첫 번째 타이틀이었다.
양현종의 진가는 가을에 드러났다. 정규시즌 최종전서 1위를 힘겹게 확정한 KIA는 두산과 한국시리즈 맞대결을 펼쳤다. 양현종은 2차전 선발투수로 나서며 9이닝 131탈삼진 완봉승을 기록했다. 팀이 3승1패로 앞선 5차전 한 점 차 상황에 구원등판, 세이브를 기록했다.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종료 후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총 74표 중 48표를 받아 영광을 안았다.
한국시리즈 MVP는 올 겨울 양현종 수상 행진의 신호탄이었다. 양현종은 11월 6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KBO리그 36년 역사상 최초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를 석권한 것. 이어 일주일 뒤에는 제4회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4년 1회 수상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양현종의 발걸음은 12월 들어 더욱 빨라졌다. 그는 5일 열린 '2017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선수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상이라 의미가 더 컸다. 양현종은 "그 어떤 상보다 뜻깊다. 더 겸손하고 예의바른 선수가 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튿날인 6일에는 2017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까지 수상했다.
하루 단위로 수상 행렬이 이어졌다. 7일 열린 제5회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 행사에서도 '2017 최고의 선수상'을 받았고, 이튿날인 8일에는 카스포인트 어워즈 대상까지 따냈다. 여기까지만 해도 8관왕이었다. 11일에는 하루에 상 두 개를 휩쓸었다. 오전 열린 동아스포츠대상과 오후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모두 주인공은 양현종이었다. 12일 오전, 일구회 시상식에서도 최고투수에 선정됐다. 이날로 정확히 11관왕을 완성한 양현종이다.
부상도 어마어마하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는 모두 기아자동차 스팅어가 부상이다. 거기에 카스포인트 어워드에서 벤츠 E클래스를 받았다. 차만 세 대다. 아울러, 상금만 해도 5천만 원에 달한다. 자동차의 시장 가치를 감안하면 이번 겨울 2억 원 가량 부수입을 올린 양현종이다.
이제 시선은 마지막 방점에 쏠린다. 13일 열리는 2017 타이어뱅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다. 각종 단체와 매체의 시상식이 끝난 뒤 그 대미를 장식하는 골든글러브.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의 욕심도 어느 상보다 클 수밖에 없다. 얄궂게도 양현종은 아직 골든글러브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KBO는 올해부터 골든글러브 후보 범위를 대폭 늘렸다. 투수 부문은 총 26명. 양현종의 경쟁자만 25명이다. 하지만 양현종의 수상 행진을 저지할 만한 이는 많지 않다. 팀 동료 헥터, SK 메릴 켈리, 두산 장원준 등이 양현종의 대항마로 꼽힌다.
골든글러브의 뚜껑은 13일 오후에 열린다. 과연 양현종의 겨울 발걸음의 마침표는 어떻게 찍힐까. 물론 11관왕이든, 12관왕이든 올해 양현종의 행보가 대단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