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원진아, 보석을 발견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드라마 데뷔작인데, 이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미 탄탄한 연기력을 갖추고 있어 놀랍다.
지난 11일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극본 유보라, 연출 김진원)가 첫 방송됐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파격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미니시리즈에서 신인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경우가 없는데 이 드라마는 신인, 그것도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배우를 여주인공으로 발탁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기존 배우보다 신선한 얼굴을 기용하려는 생각이었는데, 사실 이는 도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신인은 분명 신선하기는 하나 연기력이 확인된 것도 아니고 인지도도 없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인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다. 사실 신인들의 연기는 어딘가 어색하기도 하고 보는 사람들이 약간의 불편함이 있기도 한데 원진아는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극을 이끌었다.
원진아는 먼저 비주얼과 목소리로 눈길을 끌었다. 단아한 외모와 낮은 톤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다. 이는 그의 연기를 더욱 안정적으로 느껴지게 하는데 한 몫 했다.
원진아가 극 중 맡은 캐릭터는 하문수. 하문수는 작은 허점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롭지만 솜씨가 좋아 업계에서 인정받는 건축 모델러로 겉으로는 무던해 보이지만 끝없는 슬픔과 아픔을 숨기는데 익숙한 캐릭터다.
어린 시절 쇼핑몰 붕괴 당시 동생과 떨어져 있다가 홀로 살아남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고 붕괴 사고 트라우마로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한다.
원진아는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하문수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하문수는 자식을 잃은 슬픔 때문에 매일 술을 마시는 엄마를 다독이고 사고를 겪은 당사자지만 엄마 앞에서는 힘든 걸 감추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인물.
하지만 트라우마 때문에 16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가고 과거 붕괴 사고에서 “48명밖에 안 죽었다”고 말하는 동료 직원에게 “48명이나 죽었다”고 말하고는 방으로 돌아가 홀로 눈물을 삼키는 등 아픔과 트라우마, 그리고 올곧은 하문수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신인이지만, 그리고 드라마 데뷔작이지만 안정적인 연기와 매력적인 비주얼, 제작진이 왜 원진아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