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거품 빼기, 결국 구단들 의지에 달렸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12.10 06: 01

 올 겨울 FA 시장은 유난히 극과극이다. 시장에서 A급 선수로 평가 받은 이들은 초고액 계약이 성사됐다. 그러나 준척급 이하 FA들은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구단이 FA 이적의 걸림돌인 보상선수를 포기하고 보상금으로만 받겠다고 선언해도 계약은 감감무소식이다.
kt 황재균(4년 88억), 삼성 강민호(4년 80억), 롯데 손아섭(4년 98억), 롯데 민병헌(4년 80억)의 빅4 계약이 지나간 후 FA 시장은 소강 상태다. 연 평균 20억 원이 넘는 빅4를 제외하고는 롯데 문규현(2+1년 총액 10억), 삼성 권오준(2년 총액 6억)에 이어 7일 SK 정의윤이 4년 총액 29억 원에 FA 계약했다.
장타 능력을 지닌 최준석, 채태인 등은 원소속 구단과 협상이 쉽지 않다. 최준석과 채태인은 보상선수 없이 타 구단 이적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들에게 큰 관심을 갖는 구단은 현재까진 없다.

구단이 확실한 방향을 잡고, 준척급 이하 FA들에게는 냉정한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최준석의 보상금은 12억 원, 채태인은 9억 원이다. 장타력을 지닌 지명타자, 1루수 영입을 위한 투자로 20억 원 정도를 고려한다면, 10억 원 안팎의 보상금을 빼면 선수 몫으론 10억 원 정도다.
한껏 치솟은 FA 거품 탓에 선수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금액이다. 게다가 젊은 선수들의 육성으로 방향을 잡는 구단이 많아지면서 애매한 포지션의 FA들에 대한 관심 자체도 적은 편이다. FA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준척급 이하 선수들의 몸값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SK와 정의윤의 계약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정의윤의 총액 29억 원 계약을 보면 계약금 5억 원, 연봉 12억 원(연 평균 3억 원), 옵션 12억 원이다. 연봉과 옵션이 같은 다소 기이한 계약. 옵션 금액이 총액의 40%나 된다. 그만큼 보장된 금액이 적어 선수에겐 불리한 계약이다. 반대로 구단은 최선의 안전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계약 기간을 선수 요구에 맞게 늘려주면서, 총액에서 옵션 비율을 높였다. 선수가 옵션을 충족시킬 만큼 좋은 성적을 낸다면, 구단 입장에서 성적에 호응하는 비용을 지불하기에 서로 윈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A급 선수들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구단이 '을'의 자세로 끌려가기 때문이다. 전력의 손실, 팬들의 비난 등을 우려해 준척급 이하 FA처럼 합리적인 제안을 하지 못한다.
삼성은 포수 강민호를 잡기 위해 4년 총액 80억 원을 투자했다. 깜짝 투자였다. 2018시즌부터 만 33~36세 시즌이 되는 포수에게 거액을 안긴 것이다. 롯데가 내부적으로 고려한 금액보다 수십억원을 더 베팅했다. kt는 황재균을 반드시 잡기 위해 88억 원을 베팅했다. 강민호를 놓친 롯데는 손아섭에게 98억 원까지 제시했고, 두산과 협상이 무산된 민병헌을 영입했다. 삼성, kt, 롯데가 조금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면 총액의 앞자리는 달라질 수 있었다.
두산은 민병헌을 무리해서 잡지 않았다. 대체 자원이 있기에 민병헌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금액을 제안했다. 두산과 협상을 접은 민병헌은 롯데로 향했고, 4년 80억 원에 계약했다. 엄청난 오버페이다. 민병헌 개인으로선 행복한 선택이 됐다. 두산보다 수십억 원을 더 받았기에.
전력을 보강하고 성적을 위한 구단의 투자는 필요하다. 우승에 도전할 적절한 시기에 전력의 마지막 퍼즐을 채우는 FA 영입, 장기적인 비전으로 부족한 포지션을 순차적으로 채우는 FA 베팅은 효과를 낳는다. 두산의 장원준 영입, KIA의 최형우 계약은 최대 효과를 기대하는 투자였다.
그렇지만 A급 FA 영입이 구단의 생각대로 곧바로 성적 상승과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일례로 한화는 2014~16년 3년간 FA 시장에 수백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가을야구에는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선수층이 얇고 투타 전력 불균형에서 4~5명의 FA에 거액을 쏟아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육성으로 백업을 키우고, 순차적으로 전체 뎁스를 키우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다. 
A급 선수에게는 힘없이 끌려가는 협상, 원소속구단과 협상 과정을 비집고 들어가 판을 키우는 일을 자제해야 FA 거품을 조금씩 누그러뜨릴 수 있다.
구단이 나아가는 방향과 목표, 납득이 되는 구단의 장기 비전을 제시한다면 FA를 잡지 못한다고 비난 받지는 않을 것이다. 넥센과 두산, SK는 외부 FA에 큰 투자를 하지 않고도 내부 시스템의 합리적인 운영과 선수 육성으로 실속을 챙기고 성적도 내고 있다.
구단 프런트는 당장 한 해, 한 시즌의 성적에 민감한 모그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모그룹에서 야구단 운영은 구단 사장과 단장에게 많은 부분을 맡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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