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외 찬바람’ 정성훈, 대기록 무산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2.09 06: 08

한 경기만 더 뛰면 KBO 리그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 수 있지만, 그 한 경기를 뛸 팀이 마땅치 않다. LG에서 방출된 베테랑 우타 정성훈(37)을 비롯한 방출 선수들의 겨울이 유독 춥다.
KBO는 지난 11월 30일 2018년도 보류선수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된 선수 중 당장 쓸 만한 즉시전력감이 몇몇 보여 팬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선수는 단연 정성훈이었다. ‘리빌딩’을 추진 중인 LG는 정성훈과의 계약을 포기했고, 정성훈은 시장으로 나와 타 팀의 선택을 기다리는 중이다.
정성훈은 기량이 검증된 베테랑 타자다. 이제 수비능력이 많이 떨어져 주로 지명타자로 활용되고 있지만 방망이가 쏠쏠하다. 올해도 115경기에서 타율 3할1푼2리, 30타점을 기록했다. 물론 전성기보다는 기량이 떨어져 있음은 확실하다. 그러나 가뜩이나 타격이 약한 LG고, 아직 대타 요원으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반발이 컸다.

이런 정성훈은 KBO 리그 통산 2135경기에 출전했다. KBO 역대로 따져도 양준혁과 함께 공동 1위다. 한 경기만 더 나선다면 역대 기록을 세울 수 있다. 당분간 추월할 만한 후보가 마땅치 않은 대기록이다. 정성훈도 현역 연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류선수명단이 발표된 지 열흘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계약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시장의 반응이 생각보다 차갑다. 정성훈은 자유로운 신분으로, 1년씩 계약을 하면 된다. 그렇게 큰 부담은 아니다. 정성훈도 큰 돈 욕심을 부릴 처지는 아니다. 선수 스스로도 현역 연장을 위해 금전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양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성훈 영입에 구체적인 관심이 있다는 팀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영입할 생각이 없다”는 의견이 대세다.
취재 결과 LG를 제외한 9개 팀 중 최소 7개 팀은 “향후에도 정성훈 영입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팀도 현 시점에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태도다. 향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시장 분위기가 냉랭하고, 재취업의 문틈이 굉장히 좁아보인다는 점은 분명하다.
몇 가지 이유가 뽑힌다. 기본적으로 KBO에 부는 육성 바람이 그것이다. A구단 관계자는 “정성훈을 영입하면 그와 포지션이 겹치는 다른 어린 선수들의 기회가 날아간다.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손해가 될 수 있다”고 구단 분위기를 대변했다. 이는 LG가 정성훈을 방출한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했는데, 나머지 구단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 셈이다.
또한 정성훈은 어느 팀에 가든 사실상 최고령 야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베테랑 하나가 단기적으로 덕아웃에 들어오는 셈인데, 이를 반기지 않는 팀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일부 구단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현장이 난색을 보이는 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결원이 생기지 않으면 영입전이 힘을 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정성훈 뿐만 아니라 김경언 김종호 강영식 등 아직은 1군에서 보탬이 될 만한 베테랑 선수들의 계약 소식도 전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구단들은 이번 방출시장에서 어린 선수들에 관심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입단 테스트 시장도 이런 선수들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부담이 크지 않을뿐더러, 발전 여지도 더 크다.
한편으로 올해 방출 시장은 KBO 리그의 방향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각 구단들은 치솟는 인건비에 선수단 규모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다. 실제 올해 보류선수는 총 538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34명이나 줄었다. 또한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육성에 무게를 두겠다는 팀도 늘어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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