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생각하고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
KIA 타이거즈 김기태(49) 감독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연말의 각종 시상식에서 우승 감독으로 참석해 자리를 빛내고 있다. 연일 그동안 만나지 못한 지인들과도 자리를 하고 있다. 아예 서울에서 오는 13일까지 머물기로 했다. 8년 만에 드라마틱한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감독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매일 축하를 받느라 웃고 지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은 냉정함을 찾아가고 있다. 2017시즌은 이미 끝났다. 우승 샴페인을 즐기고 있기에는 2018시즌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1월까지는 비활동기간이지만 2018시즌을 구상하는 시간이다. 사실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
김 감독의 생각은 2017시즌 후반기에 쏠려있다. 그는 "우리가 +31개로 시즌을 마쳤다. 20승 투수도 두 명이나 배출했다. 그러나 후반기 성적은 승률 5할을 조금 넘겼다. +2승에 그쳤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커다란 숙제이다. 후반기만 냉정하게 판단하면 우승 전력이 아니다. 이점을 감안해 전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제로 KIA는 전반기는 57승28패 승률 6할7푼1리를 기록하며 8경기 차 선두를 질주했다. +29승이었다. 그러나 후반기는 30승28패1무 승률 5할1푼7리 +2승이었다. 후반기 순위는 4위였다. 막판 6경기에서 5승1패를 한 덕택에 승률 5할을 넘었다. 이전까지는 4할대 승률에 허덕였다.
KIA는 전반기는 초반 선발야구가 제대로 돌아갔고 중반 이후는 가공할 방망이가 터지며 상대를 압도했다. 팀 타율 3할1푼, 팀 평균자책점은 4.76이었다. 그러나 후반기는 양현종과 헥터의 원투펀치가 주춤했고 방망이도 응집력이 떨어져 고전했다. 팀 평균자책점 4.86, 팀 타율 2할9푼1리였다.
KIA는 내년 시즌에도 우승을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우승을 했지만 아직은 전반적으로 전력이 탄탄한 것은 아니다. 모자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결국 김 감독은 후반기 성적이 KIA의 현재라는 냉정한 판단을 하고 있다. 후반기 성적을 제로 베이스라고 생각하고 2018시즌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KIA에게 주어진 숙제도 많다. 아직은 주전과 백업요원 사이에 경기력 차이가 크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특히 당장 유격수 김선빈의 뒤를 받치는 백업 유격수를 찾아야 한다. 김주찬, 이범호, 최형우 등 주전 야수들이 나이가 많다. 마운드에서는 여전히 불펜진이 튼튼하지 않다. 필승조를 구축해야 하고 선발자원을 더 만들어야 한다. 우승 후유증도 경계할 대목이다.
내년 정상 수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되는 숙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KIA에는 2017시즌 생애 최고의 기록을 만들어낸 선수들이 많다. 2018시즌에도 똑같은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다. 2018시즌을 바라보는 김기태 감독이 더욱 냉정해지는 이유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