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봉준호 감독은 쉽게 잊힐 인물이 아니다. 올해 열리는 제17회 디렉터스컷 어워즈에서 영화 ‘옥자’로 올해의 감독상을 차지하며 영화의 가치와 연출적 능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특히 디렉터스컷은 평단이 아닌, 한국영화감독조합의 감독들이 직접 수상자를 선정하고 시상하는 시상식이기 때문에 선후배 동료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디렉터스컷 어워즈는 300명 이상의 감독들이 소속돼 있는 한국영화감독조합(DGK) 감독들의 투표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그 어떤 이익집단의 입김이 반영되지 않는, 오로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감각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현 시대 뛰어난 감독 중 하나라는 사실을 확인시킨 결과이다.
사실 올 5월 열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 받았고 런던-LA-뉴욕-시드니-도쿄까지 다녀온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전 세계 평단에 호평을 받았음에도 국내 개봉에서는 만족할만한 관객수를 모으지는 못했다. 또 지난 10월과 11월 열렸던 각종 영화제 시상식에서도 감독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었는데, 이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듯 올해의 디렉터스컷에서는 올해의 감독으로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물론 봉 감독이 “손익분기점에 대해 해방된 상태”라고 말했고, 3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개봉을 하지 못했음에도 전국 100여 개 중소 규모의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기 때문에 수치적인 성공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기록은 기록일 뿐이지 않은가.
‘옥자’는 비밀을 간직하고 태어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란 소녀 미자(안서현 분)의 이야기를 다룬다. '옥자'는 지난해 4월 한국을 시작으로 7월 미국 뉴욕을 거쳐 8월 말 캐나다 밴쿠버에서 모든 촬영을 마쳤다. 한국, 미국, 캐나다 등 3개국에서 진행된 글로벌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동서양을 아우르는 독특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시각적으로 경이로운 비주얼을 선사하며, SF 액션 드라마 영화로써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눈부신 미장센으로 다시 한 번 자신의 스타일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통해 “봉준호는 여전히 봉준호다”라는 명제를 입증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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