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화면 없는 스마트폰이고 소리 안나는 mp3다. 윤종신 빠진 올해 연말 가요 시상식들 이야기다.
2017년 여름, 가수 윤종신은 기적을 이뤘다. 발라드 '좋니'로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솔로 남자가수로서, 더군다나 마흔을 넘기 나이에 이룬 성과는 요즘 말로 '역대급'이고 예전 말로 '천연기념물'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돌 장기집권 천하에서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슴에 와닿는 가사만으로 1위라니, 가요팬들도 감격했다.
그리고 올 가을, 작곡가 윤종신도 꿈을 이뤘다. 민서라는 낯선 이름의 솔로 뮤지션을 데리고 음원차트 정상을 밟았다. 윤종신의 '좋니'와 같이 순전히 음악의 힘으로 차트를 올킬했다. 대형 기획사 소속 그룹들과 달리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 성적을 냈다는 건 초대형 사고였다.
'좋아'는 올 여름 인기를 끈 '좋니'의 답가, 여자 버전이다. 케이블채널 엠넷 '슈퍼스타K7' 출신이자 윤종신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민서가 가창자로 나서 특유의 보컬적인 매력과 감성을 전달해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뮤지션 윤종신의 2017년은 화려했다. 방송을 쉬면서 창작과 노래에 전념하지 못했음에도. 그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른 사람이다. "그 돈을 벌어서 다 어디에 쓸거냐"고 물으면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중소기획사 미스틱을 이끌면서 후배 양성에 힘을 쏟고 '월간 윤종신'으로 판에 박힌 K팝 한류를 벗어나려 노력하느라 거금을 쏟아부었다. 그래도 그 보람으로 힘든 방송인 생활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런 그가 정작 연말 시상식에선 종적을 감췄다. 볼거리와 팬덤을 중시하는 현 풍토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일까. MAMA와 MMA(Melon Music Awards) 등 벌써 너댓개 가요행사를 마친 가운데,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는 게 이런 연유다.
OSEN 가요팀의 취재에 따르면 MAMA와 MMA가 노력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양측은 최근까지 윤종신에게 시상식 참석 러브콜을 수 차례 보냈다고 한다(어차피 대상 후보 근처에도 두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역주행 속 정상에 올랐던 '좋니'의 인기가 굉장했던만큼, 참석은 곧 수상의 영광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윤종신은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미리 잡힌 '의리의 스케줄'을 고집했다.
윤종신은 MAMA와 MMA 러브콜이 오기 전 연말 콘서트 및 콘서트 게스트 일정을 미리 다 짜놓은 상태다. 시상식 참석 가능성은 충분했지만, 확실하지 않은 시상식 참석 여부를 미리 판단해 연말 공연을 진행할 수는 없었던 터. 이에 이미 예정했던 순서대로 콘서트 일정을 확정했고, 그 사이 015B, 박지윤 콘서트 게스트 등 '의리의 스케줄'을 다음 순위로 배정했다. 시상식 러브콜이 온 건 그 다음이었단다. 믿거나말거나 말이다.
윤종신의 평소 성격으로 미뤄 짐작컨대, 대형 소속사 아이돌 팬덤에 휘둘리며 괜히 들러리로 나서느니 알아서 빠졌을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mcgwir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