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상식의 시기다. 시상식의 대미는 KBO의 골든글러브다. 매년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를 뽑는 골든글러브 수상 결과가 나오면 우승 프리미엄, 스타 이름값, 애국심의 '인기 투표' 이야기가 나온다. 객관적인 성적에 비해 아쉽게 수상을 놓치는 선수도 있었다.
올해 골든글러브 부문별 후보들을 보면 격전지가 몇몇 있다. 공교롭게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 선수 혹은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가 있는 포지션이다.
투표는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중계방송사 PD, 아나운서, 해설위원 등 미디어 관계자를 대상으로 4~8일 전자투표로 실시된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13일 오후 5시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다.
▲2루수 부문에는 안치홍(KIA)과 박민우(NC)의 경쟁이다. 안치홍은 132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 154안타 21홈런 93타점 95득점 7도루 OPS .886을 기록했다. 박민우는 106경기에서 타율 3할6푼3리 141안타 3홈런 47타점 84득점 11도루 OPS .913을 기록했다.
안치홍이 2루수 중에서 홈런, 타점, 득점, 장타율 1위다. 3할-20홈런-90타점을 넘겨 웬만한 중심타자 성적을 냈다. 박민우는 부상 탓에 출장 경기 수가 적은 것이 흠. 그럼에도 3할6푼이 넘는 고타율로 리그 전체 3위, 출루율 2위를 기록했다. 홈런이 3개에 불과하지만 OPS는 2루수로는 유일하게 9할을 넘어섰다.
안치홍이 홈런과 타점에서 압도적으로 앞서 있고, 박민우는 타율과 OPS로 만회하는 양상이다. 만약 표심에 우승 프리미엄이 더해진다면, 결과는 일방적일 수도 있다.
▲지명타자 부문에는 박용택(LG), 나지완(KIA), 에반스(두산), 최준석(롯데), 정의윤(SK), 김태균(한화), 이승엽(삼성) 등이 후보에 올라 있다.
성적만 보면 3파전이다. 박용택은 138경기에서 타율 3할4푼4리 175안타 14홈런 90타점 83득점 장타율 .479 출루율 .424를 기록했다. 나지완은 137경기에서 타율 3할1리 138안타 27홈런 94타점 85득점 장타율 .534 출루율 .405를 기록했다. 에반스는 138경기에서 타율 2할9푼6리 152안타 27홈런 90타점 82득점 장타율 .490 출루율 .372를 기록했다.
박용택은 지명타자 중 타율과 출루율은 1위, 리그 전체 5위의 좋은 기록이다. 최다안타도 지명타자 중 가장 많다. 통합 우승에 기여한 나지완은 지명타자 중 에반스와 함께 홈런 공동 1위(전체 9위), 타점도 가장 많다.
에반스는 외국인 선수라 득표에 불리하고, 나지완은 우승 프리미엄을 얻게 된다면 유리하다. 박용택이 수상하려면 나지완이 최대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은퇴 시즌에 타율 2할8푼 24홈런 87타점 장타율 .517 출루율 .347을 기록한 이승엽이 얼마나 표를 분산시킬지도 변수다.
▲1루수 부문은 거포 후보들의 성적이 화려하다. 오재일(두산)을 제외하곤 네 명의 후보가 3할-30홈런-100타점은 기본이다. 이대호(롯데)는 142경기에서 타율 3할2푼 173안타 34홈런 111타점 OPS .924를 기록했다. 스크럭스(NC)는 115경기에서 타율 3할 35홈런 111타점 OPS .997이다. 로사리오(한화)는 119경기에서 타율 3할3푼9리 37홈런 111타점 OPS 1.075를 기록했다. 러프(삼성)는 134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31홈런 124타점 OPS .965이다. 네 명의 수비율은 .989에서 .992로 별 차이가 없다.
올해 롯데로 복귀한 이대호가 타율, 홈런, 타점에서 고른 활약을 했으나 객관적인 기록에선 로사리오의 파워가 돋보인다. 로사리오는 홈런이 가장 많고, 장타율은 .661로 유일하게 6할대다. OPS가 1.075로 경쟁자들을 크게 앞선다. 러프는 타점왕 타이틀이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가 표심에선 외국인 타자들보다 유리해 보인다.
가장 최근 '인기 투표' 수상으로는 2012년 투수 부문 장원삼이 거론된다. 장원삼은 다승왕(17승)에 올랐으나 평균자책점(3.55)은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브랜든 나이트(넥센)는 1승 적은 다승 2위(16승), 평균자책점(2.20) 1위, 투구 이닝(208⅔) 1위 등 세부 지표에서 앞섰다. 투표 결과는 장원삼이 128표를 얻어 7표 차이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장원삼은 통합 우승 프리미엄과 외국인 홀대 덕을 봤다.
2015년 유격수 부문도 우승 프리미엄이 득표 차이를 낳았다. 김하성(넥센)은 140경기에서 타율 2할9푼 148안타 19홈런 73타점 22도루 OPS .851을 기록했다. 고졸 2년차로 신인왕 자격이 있던 김하성은 풀타임 첫 해 '20홈런-20도루'에 홈런 1개가 모자랐다. 유격수 중 가장 많은 1209⅓이닝을 뛰며 수비율은 .967.
골든글러브는 우승팀 두산의 김재호가 수상했다. 133경기 타율 3할7리 126안타 3홈런 50타점 OPS .788이었고, 수비율은 .971이었다. 타율과 수비율에선 앞섰으나 안타, 홈런, 타점, OPS 등 많은 공격 지표에선 김하성이 우위였다. 투표 결과는 김재호가 188표를 받아 김하성(110표)에 앞섰다. 지난해도 우승팀 유격수 김재호에 밀린 김하성은 올해는 타격왕을 차지한 우승팀 KIA 김선빈에게 밀릴 처지다.
이승엽은 2015년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역대 최고령 수상(39세3개월20일)과 최다수상(10회) 기록을 세웠다. 당시 이승엽은 122경기에서 타율 3할3푼2리 156안타 26홈런 90타점 장타율 .562 OPS .949를 기록했다. 최준석(롯데)은 144경기에서 타율 3할6리 155안타 31홈런 109타점 장타율 .529 OPS .957을 기록했다. 성적은 비슷했으나 득표 결과는 이승엽이 264표, 최준석은 74표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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