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 제주, 최고의 팬과 아쉬움 달래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12.01 10: 24

제주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 이하 제주)의 2017년은 다사다난했다. 
 
제주는 2017시즌을 앞두고 3개 대회(K리그 클래식, ACL, FA컵)에서 우승컵을 거머쥐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ACL과 FA컵은 모두 16강에서 여정을 마쳤고, K리그 클래식에서는 전북 현대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었다.  최고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안타까운 순간에도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며 뭉쳤다. 여운은 남지만 분명 소득은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성공의 문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이는 2018시즌 더욱 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됐다. 
 
▲ '여름 징크스 탈출' 제주, 다크호스서 진정한 우승후보로 
 
2011년 이후 6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진출한 제주는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반짝하고 사라질 수 있는 네임드 영입이 아니라 흥행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탄탄한 영입이었다. 영입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신구 조화와 전력 보강이 알차게 이뤄졌다.
 
간판 수비수 이광선이 군입대로 팀을 떠났지만 7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온 조용형과 K리그 정상급 베테랑 수비수 김원일을 영입했다. 알렉스도 아시아쿼터로 재영입했다. 완벽한 주인이 없었던 오른쪽 풀백 자리에는 박진포가 들어왔고, 김호준이 지키던 골문은 대형 골키퍼 재목인 이창근이 가세해 더욱 단단해졌다.
 
1차 저지선의 불안도 이동수, 이찬동 등 K리그 수준급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영입되면서 단번에 해소됐다. 여기에 마그노, 멘디, 진성욱의 영입으로 화력의 세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2016시즌 전북과 함께 리그 최다 득점(71골)을 기록했지만 상대의 전술 변화에 따라 어려움을 겪었던 제주의 입장에선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셈이었다.
 
더블 스쿼드를 구축한 제주발 돌풍은 매서웠다. 개막 후 5월 28일까지 대부분 선두를 유지했고, 3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특히 9라운드 전북 현대전에서 4-0 완승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켰고, ACL 무대에서도 K리그 클럽 중 유일하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는 팀 창단 후 최초의 기록이었기에 더욱 뜻 깊었다. 
하지만 5월 31일 16강 2차전이었던 우라와 원정에서 0-3 패배를 당하며 큰 위기가 찾아왔다. 충돌 사건으로 징계가 내려졌다. AFC 징계 항소위원회 재심의 결과 중징계를 받었던 조용형(6개월→3개월)과 백동규(3개월→2개월)의 출전정지가 경감됐지만 그라운드 안팎으로 타격이 컸다. 
 
6월 6일 수원과의 FA컵 16강전에서 0-2로 패하며 하나의 목표가 사라졌다. K리그 클래식에서도 7월 9일 수원 원정에서 0-1로 패하자 상위 스플릿 진출의 마지노선인 리그 6위까지 추락했다. 간판 공격수 마르셀로(오미야)와 황일수(연변)마저 일본과 중국 무대로 이적하면서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여름만 되면 원정 징크스에 날씨까지 겹쳐 선수들의 폼이 저하되는 제주의 고질병까지 찾아온다면 그대로 무너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주의 처방전은 빠르고 효과적이었다. 마르셀로와 황일수의 공백은 윤빛가람과 류승우의 영입으로 메웠다. 모두 예상치 못한 파격적인 영입이었다. 
 
전열을 재정비한 제주는 7월 16일 상주전(3-0 완승)을 시작으로 12경기 연속 무패(8승 4무)를 질주하며 선두 전북과의 승점차를 1점까지 줄였다. 하지만 반전드라마는 아쉽게도 완성되지 못했다. 승점 6짜리 승부였던 10월 8일 전북과의 홈 경기에서 0-1로 석패했고, 마지막 기회였던 10월 29일 전북 원정서도 0-3으로 졌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제주는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다크호스에서 전북의 위상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선수들도 아픔을 거름 삼아 더욱 성장했다. 오반석과 이창민은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에 선정됐고, 이창민, 황일수, 진성욱 등 많은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 Real Orange 12의 무(無)한 도전, 2017시즌 종합 팬 프렌들리상 수상
 
그 동안 성적(2010시즌 준우승)과 마케팅(제10회 스포츠산업대상 최초, 대통령 표창 최고)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던 제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팬들의 흥미와 관심을 넘어 구매력까지 흔들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제주는 2017시즌 입도 12주년을 맞아 Real Orange 12(연간회원)를 추진하고 모든 무료 티켓을 정책으로 없앴다. Real Orange 12는 일반적 연간 회원,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고자 모든 무료 티켓을 정책으로 없애고 팬들이 만족할 수 있는 양질의 마케팅을 적극 추진하는 리얼 프로젝트다. 
 
숫자에 가치를 더 한 Real Orange 12의 의지는 강력했다. 2017시즌부터 무료 티켓 배포 및 취득의 현장을 목격한 제보자에게 사례금 100만 원을 제공했다. 아울러 보여주기식보다 Real Orange 12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실질적 가치를 줄 수 있는 수 있는 마케팅 혁신에 더 집중했다. 
 
제주는 리얼 오렌지 어플리케이션(Real Orange APP)·리얼 스타디움(Real Stadium)·리얼 머천다이징(Real Merchandising)·리얼 오렌지 걸스(Real Orange Girls)·리얼 디제이 파티(Real DJ Party)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팬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제주는 2017시즌 1차 팬 프렌들리상을 수상하며 Real Orange 12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제주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Real Orange 12 프로젝트를 재정비했다. 성장성이 없는 카테고리는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경쟁력을 갖춘 마케팅을 전개했다. 
 
2017시즌 팬들과 함께 쉼 없이 달려온 Real Orange 12 프로젝트는 8일 전북전에서 시즌 최다인 8526명의 관중을 불러모으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연간 회원 3795명(총 연간회원 4500여 명)을 제외하면 무려 4731명의 새로운 잠재적 팬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Real Orange 12에 힘입어 제주는 투자→성적→흥행→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Real Orange 12 연간회원이 올해 4000명을 넘어 400% 이상의 신장세를 기록했고, 시즌 종료까지 입장수익은 250% 이상, 용품수입 및 매점 판매수익은 200%까지 증가했다. 
 
지난 1차 팬 프렌들리상을 수상한 제주는 3차 팬 프렌들리상까지 거머쥐며 2017시즌 종합 팬 프렌들리상의 주인공이 됐다. 무관에 그쳤지만 어쩌면 제주의 '진짜 성적표'는 이제부터 받아들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제주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다./dolyng@osen.co.kr
[사진] 제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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