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배우가 없다?"..신원호PD의 연기자 발굴 법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7.12.03 14: 52

요즘 드라마판에서 자주 들리는 얘기가 "배우가 없다"다. 물론 제작진이 '원하는' 배우의 수를 의미한다. 워낙 드라마판이 커지고 플랫폼도 다양해지다 보니, 드라마 수는 많아지는데 정작 여기에 출연할 배우들이 적다는 것. 이 때문에 중견 배우들은 같은 시기에 방영되는 드라마에 줄줄이 출연을 하는 경우도 있고, 급기야 겹치기 출연까지 하는 불상사도 발생하곤 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잠재력이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인 배우들을 발탁하기도 한다. 그 예가 바로 SBS '사랑의 온도'의 양세종, KBS 2TV '매드독'의 우도환,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원진아 등이다. 연기 경험은 적지만, 주연 배우로서 손색이 없다는 판단 하에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 
그리고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신원호 PD와 SBS '의문의 일승' 신경수 PD 등은 연극 뮤지컬 쪽으로 눈을 돌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캐스팅, 좋은 시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신인 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스타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던 신원호 PD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주인공으로 박해수를 내세웠다. 박해수는 시청자들에게 아직 많이 낯선 배우다. 소위 말하는 '꽃미남'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이가 적지도 않다. 그러기에 박해수 캐스팅은 모험이고 도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해수의 연기력은 이미 연극판에서 정평이 나 있다. 연극 '맥베스', '벚꽃동산', '프랑켄슈타인', '남자충동', '유도소년'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오가며 놀라운 연기 내공을 뽐내온 베테랑 배우다. 박해수의 무대 연기를 본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언젠가 터질 박해수의 저력을 기대해왔다. 
비단 박해수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는 공연계에서 더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다. tvN '비밀의 숲'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이규형, 조승우가 극찬을 보낸 김성철을 비롯해 박호산, 김경남, 정재성, 정민성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다양한 작품에서 존재감을 발산해왔던 배우들을 볼 수 있다.
이는 곧 극과 캐릭터의 매력이 탄탄하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인지도, 화제성보다는 배우들의 연기 내공과 작품성으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자신감의 표명이다. 
SBS '육룡이 나르샤'와 '의문의 일승'의 연출자인 신경수 PD 역시 일찌감치 연극 무대로 눈을 돌려 캐스팅을 진행해왔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박해수도 신경수 PD의 눈에 띄어 '육룡이 나르샤'에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범죄도시'로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진선규 역시 '육룡이 나르샤'에 남은이라는 중요한 역할로 출연한 바 있다. 이에 윤균상은 첫 방송 전 진행된 '의문의 일승' 제작발표회에서 "'육룡이 나르샤'에 남은 역으로 나오신 진선규 배우가 영화 '범죄도시'에서 범인으로 활약하고 있더라. 내가 형사가 된다면 꼭 잡고 싶다"면서 "카메오로 나와준다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윤균상의 친한 동생인 딱지 역의 전성우, 소름돋는 연기 내공을 보여준 윤나무 등도 공연계를 주름잡는 배우들이다. "배우들이 없다"고 한탄하기보다는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해낼 줄 아는 연출자들의 슬기롭고 바람직한 행보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parkjy@osen.co.kr
[사진] tvN,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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