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3번째 컴필 낸 제비다방, 최고은 전성기 도마 황현우를 만나다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11.30 14: 23

제비다방의 3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이 나왔다. 지난 21일 발매된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2017+2018’이다. 이미 25,26일 서울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발매기념 공연까지 “뜨겁게” 치렀다. 캡틴락(한경록), 전기성, 권나무, 씽씽, 손지연, 지니어스, 도마, 곽푸른하늘, 이은철, 수상한커튼, 안홍근, 최고은, 위댄스, 나비, 신나는섬, 더모노톤즈, 보은, 플라잉독, 여유와설빈, 에스테반 등 앨범에 참여한 19팀(명)의 뮤지션 면면이 대단하다. 물론 ‘제비다방 단골들’이다.(사진 왼쪽부터 전성기, 황현우, 최고은, 도마)
지난 2012년 서울 상수동에 문을 연 제비다방은 문화지형연구소 씨티알에서 운영하던 레몬쌀롱을 옮겨 새롭게 탄생했다. ‘제비다방’이라는 이름은 1930년대 소설가이자 건축가였던 이상이 운영하던 ‘다방 제비’에서 따왔다. 현재는 홍대 인디신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문학가, 방송인 등의 활동지가 돼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선보이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컴필레이션 앨범은 제비다방 식구들이자 단골들인 뮤지션이 중심이 돼 지난 2015년 4월 처음 나왔고, 이어 2016년 6월에 한 번 더, 그리고 올해는 11월에 3번째 결과물을 내놓았다. 
1. 2015년 4월8일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2015’ : 전기성, 위댄스, 하헌진, 김간지, 김마스타, 이은철, 최고은, 김일두, 안홍근, 사이, 캡틴락

2. 2016년 6월20일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2016’ : 크라잉넛,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연남동덤앤더머, 씨없는수박 김대중, 우주히피, 곽푸른하늘, 아마도이자람밴드, 김태춘, 무드살롱, 정소휘433, 히든 플라스틱, 나잠수
3. 2017년 11월21일 ‘제비다방 컴필레이션 2017+2018’ : (CD1) 수상한커튼, 도마, 안홍근, 권나무, 최고은, 보은, 여유와설빈, 에스테반, 손지연, 신나는섬, (CD2) 캡틴락, 전기성, 위댄스, 씽씽, 플라잉독, 더모노톤즈, 곽푸른하늘, 나비, 지니어스
[3시의 인디살롱]에서 올해 앨범에 참여한 최고은, 전성기(밴드 전기성의 리더), 도마를 앨범 유통사인 미러볼뮤직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에는 앨범 프로듀서이자 씨티알싸운드 대표인 황현우도 참석했다. 그는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베이시스트 까르푸황으로, 이번 앨범 여러 곡의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렸다.
= 반갑다. 도마씨는 지난 5월 인터뷰 후 벌써 2번째다. 황현우 대표는 여러 번 뵈었고. 우선 앨범 발매기념 공연을 마친 소감부터 듣고 싶다. 
(최고은) “첫날 우뢰도 오고 걱정 많이 했는데 공연장이 스탠딩으로 꽉 찼다. 참여 팀들도 준비를 열심히 해오셨다. 엔딩곡을 한 캡틴락은 형광색 가발까지 써 열정의 도가니로 만들더라. 저도 안되겠다 싶어 가죽 재킷을 입고 올라가 무대를 휩쓸었다(웃음). 날씨부터 영화 같았다. 즐거웠다.”
(전성기) “비가 오는 와중에도 무사히 마쳤다. 열기 때문인지 무대가 뜨거웠다. 무대의상으로 아머가 있어서 팔에 땀도 베고 무척 더웠다.”
(황현우) “레이저가 아머에 반사돼 탁 튕겨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있어보였다. 공연 연출은 각 팀이 맡는다. 제비다방은 스케줄만 짠다.”
(도마) “공연에는 올해 처음 참여했다. 같이 출연한 뮤지션들이 평소 좋아하는 분들이어서 많이 떨렸다. 공연도 마지막, 컴필 앨범도 마지막이라고 들었는데 무사히 잘 끝난 것 같다. 다들 4,5곡씩 불렀다. 사람들도 많이 오셨고.”
= 마지막이라니 무슨 말인가. 혹시 그래서 올해 앨범이 ‘2017+2018’인 것인가. 내년 것까지 퉁치자는 의미에서?
(황현우) “너무 빡세서 안하려고 한다. 최소한 2018년만큼은 안하겠다. 컴필레이션 앨범을 억지로 끌고 가면 재미가 없어진다. 사실 2015년 첫 앨범은 놀다가 나왔다. 2016년도 신이 났었고. 그런데 올해는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을 마지막으로 하자, 이렇게 얘기가 나왔고 그러다보니 “나도 참여하겠다”는 뮤지션들이 많아져 CD 2장에 담게 됐다. 그러다보니 ‘2017+2018’이 된 것이다.”
= 아...내년에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지는 않는 셈이 됐다. 
(최고은) “지구온난화 때문?(웃음)”
= 음반, 음원이 쏟아지는 요즘, 컴필레이션 앨범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황현우) “씨티알 식구들이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한다. 서로 가족처럼 챙겨주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맞물린 게 컴필레이션 CD였다. 씨티알 사람들은 매년 4월 같은 날, 같은 장소에 다 모여 사진을 찍는다. (CD와 사진 모두) 서로가 쌓아가는 시간을 담았다.”
=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없었나.
(황현우) “기분 좋은 에피소드만 생각해보자(웃음). 수상한커튼은 매년 1월2일 제비다방에서 공연을 하는데 최근 수술을 해서 이번 공연에 불참했다. 건강을 기원한다. 권나무는 따뜻한 사람이라 우리랑 잘 맞는 것 같다. 보은은 1시간20분만에 녹음 믹싱 마스터링이 다 끝났을 만큼 작업시간이 가장 짧았다. (제작자 입장에서) 매우 마음에 드는 아티스트다(웃음). (한)경록이형은 늘 우리에게 힘이 되어주신다. 마음에 안들었던 뮤지션? 물론 있다. 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나한테 잘못한. 하지만 여기까지.”
= 오늘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뮤지션 3분의 근황이 궁금하다.
(도마) “제비 컴필에 참여했고, 허수아비 레코드에서 12월에 나올 캐럴 컴필 앨범에도 참여했다. 연말연초에는 아마 여행을 떠나느라 한국에 없을 것 같다. 얼마 전에는 베트남에 다녀왔다.”
(최고은) “도마는 훌쩍 떠나는 것을 좋아하더라. 공연 게스트로 도마를 초대했는데 갑자기 밤에 ‘나 동해에 있어’라고 해 대화에 막이 낀 적이 있다(웃음). 그러면서 바다 영상을 보내주더라.”
(황현우) “역마살인가?”
(최고은) “저는 최근에 새 앨범(11월8일 EP ‘Nomad Syndrome’)이 나왔다. 연말에 이 앨범과 관련해서 공연을 2번 갖는다. 12월23일 망원동 벨로주에서는 피아노 버전으로, 12월24일 연희동 제 녹음실에서는 첼로 버전으로 무대에 선다. 피아노 버전 때는 더티블렌드의 최민석, 십일의 김지연, 씨티알싸운드의 이은철이 참여한다. 이들이 제 앨범을 어떻게 들었는지 재해석할 예정이다. 24일은 소규모로 20분만 초청해서 음식도 나눠먹는 무료 공연이다. 따뜻하게 보낼 생각이다. 아, 연초에는 ‘Nomad Syndrome’ 공연 영상과 사진을 서울 서교동 엘리펀트 스페이스에서 일주일 정도 전시할 예정이다.”
(전성기) “10월17일에 정규 1집 ‘주파수를 나에게’가 음원 형태로 나왔다. 이후 이를 카세트 테이프에 담아 단독공연  때 팔기도 했다. 12월 레코드페어에도 갖고 나갈 생각이다. 카세트 테이프는 소장용으로서 가치를 두고 싶었다. 음원이나 디지털에 대한 반항심도 있었고, 앨범 컨셉트 자체가 80,90년대인 것도 있었다.”
= 타이틀곡은 수상한커튼의 ‘청춘’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 
(황현우) “‘청춘’은 CD1의 타이틀곡이고, CD2 타이틀곡은 (전기성의) ‘Za’다. 사실,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타이틀곡을 정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통사가 원해서 대충 정했다. 최고 연장자의 곡을 타이틀곡으로 할까 이런 생각까지 했었다. 이게 제 스타일이다. 곡의 배치는 최대한 신경썼다. 음악작업에 관한 것이니까. 지루한 느낌이 안들게, 다음 곡이 듣고싶어지게끔 투표를 통해 트랙리스트를 짰다.”
= 도마씨는 ‘표류기’를 실었다. 5월에 나온 1집 때보다 뭔가 사운드가 세련되고 보컬 역시 차분해졌다. 큰 변화가 느껴진다. (이 곡은 마치 습한 밀림을 정처없이 헤매는, 회색빛 하늘을 배경으로 부유하는 이미지가 돋보인다.)
#. ‘표류기’ 가사 = 주먹만한 노을 왼쪽에서 부는 바람 다리를 못 뻗는 뗏목을 타고 앉아 여기 앉아 유유히 떠난다 끄덕이는 방 그 때 그래서 내가 그랬어 그렇구나의 방 이해되는 밤 이해되는 맘 그 맘 그 맘 그 때 그 밤 그 때 우리의 말 그 맘 그 맘 그 때 그 밤 그 때 우리의 말
(도마) “제비다방에 관한 곡은 아니고 집에서 본 풍경에 관한 곡이다. ‘주먹만한 노을’은 집에 있는 조명, ‘왼쪽에서 부는 바람’은 왼쪽에 달린 창문, ‘뗏목’은 소파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표류할 수 있다. 지금 들리는 악기는 ‘꾸이까’라는, 원숭이 소리가 나는 브라질 악기다.”
(황현우) “곡 처음에 들리는 건 진짜 귀뚜라미 소리다. 제비다방 근처에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를 바로 옆에서 지향성 마이크로 담았다.”
(전성기) “도마씨의 녹음과정을 지켜봤는데 정말 다채로운 악기를 쓰더라. 자신의 앨범에서 풀어내지 못한 사운드를 이번에 풀어낸 것 같다. 앞으로 음악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12월에 나올 크리스마스송도 궁금해진다.”
(도마) “원래는 제비다방과 관련한 노래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표류기’가 제가 만든 곡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라 대표님이랑 상의해 싣게 됐다. ‘네 앨범보다 제비다방 컴필 앨범을 사람들이 더 많이 들을 것이니 그렇게 하자’고 하시더라(웃음). 사실 2집에 싣고 싶었다.”
= 최고은씨는 CD1의 5번째 트랙에 ‘2nd Paradise’를 실었다. (이 곡은 어쿠스틱 기타의 까칠한 마찰음이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전해준다. 최고은이라는 일종의 ‘감촉’이 노래를, 멜로디를, 음색을 갖고 논다는 인상. 울먹임도 약간 섞였다.)
#. ‘2nd Paradise’ 가사 = 자주 가던 그 GAGE 어디로 갔을까 그 친구들 다시 보면 얼마나 좋을까 추억이 밀려난 오늘의 거리는 어디든 마찬가지인 걸 where is my paradise 쓸쓸한 거리를 이리저리 걷다 보니 발길이 멈춰 선 여기는 빠라밤 밥바 라밤바야 여기는 2nd Paradise 빠랍빠랍빠 우리의 2nd Paradise 누구든 날아들어 마시고 노래하고 살아갈 이야기를 원해 빠라밤 밥바 라밤바야 여기는 2nd Paradise 빠랍빠랍빠 우리의 2nd Paradise
(최고은) “2015년 ‘Roza’ 이후 2번째로 제비 컴필에 참여하게 됐다. 봄에 제안이 들어와 제비다방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나한테 제비다방은 무엇인지, 가사작업이 오래 걸렸다. 사라져가는 풍경 속에서 제비다방은 우리에게 항상 즐거운 공간이었다. 제비다방이 바로 세컨 파라다이스였던 것이다. 많은 친구들(곽푸른하늘 황성준 윤미 황현우 오상훈 이하림 몽룡 정의동 배여정)이 코러스로 참여했다. 제비다방에서 이 노래가 계속 틀어졌으면 좋겠다.”
(도마) “제목만 듣고도 제비다방이라는 생각을 했다. 고은 언니가 온화한 느낌이 있는데, 제비다방 자체를 온화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편곡도 그렇고.”
(전성기) “최고은의 이전 곡들은 개인적이거나 굉장히 포괄적이었는데 이 곡은 우리들, 이런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 가사에 나오는 ‘GAGE’는 왜 영어로 썼나. 
(최고은) “예전 클럽타 옆에 진짜 ‘GAGE’라는 가게가 있었다. 제비다방 식구들이 자주 가던 곳이다.”
= 전기성의 ‘Za’는 CD2 2번째 트랙으로 실렸다. 절로 흥이 나는 곡이다. ‘~자’로 끝나는 라임도 재미있다. (이 곡은 리듬과 비트, 댄서블한 모든 것들이 레트로로 다가온다. 또한 온갖 상식과 정언명제의 전복이 유쾌하다. 느슨해보이지만 매우 꼼꼼하게 설계된 곡이다.)
#1. ‘Za’ 가사 = 근간을 이루는 것들을 파괴하자 상식이 통할 것이라 생각을 말자 주위에 모든 것들이 나를 기만하고 속여먹을라고만 하는 실체 없는 첩자 현상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말자 어차피 짜고 치는 이 게임에 혼자 오직 자신만을 위하여 행동하자 버리자 갖자 카드를 뒤집자 ZAZAZA 어쩌면 너무 늦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몰라 x2 달콤한 호의에 말려들지 말자 어차피 바라보기만 하는 비겁자 오직 자신만을 위하여 행동하자 버리자 갖자 카드를 뒤집자 ZAZAZA
#2. 전기성은 전성기(보컬, 기타), 이호진(기타, 프로그래밍), 조영재(신디사이저)로 이뤄진 3인조 밴드. 2017년 8월 싱글 ‘사이코메트리-O’, 2017년 10월 1집 ‘주파수를 나에게’를 냈다.  
(전성기) “전체 구성은 트리오(Trio)라는 (독일) 밴드의 ‘Da Da Da’를 모티프로 삼았다. 2015년 제비 컴필에 이미 참여해서 진심은 이미 그때 다 나왔다. 그때 제비다방에 관한 제 심정은 다 끌어내서 썼던 터라 이번에는 전혀 다른 것을 하고 싶었다. ‘Da Da Da’를 모티프로 하다보니 이를 한글로 옮겨야 해서 처음에는 ‘가나다’로 끝나는 가사를 써봤는데 이미 장기하가 예전에 해놓았더라. 그래서 ‘자’로 바꿔 라임을 맞추고 그랬다. 밴드 하는 사람들이 터부시하는 장르를 건드리고도 싶었다.”
= ‘달콤한 호의에 말려들지 말자’, ‘오직 자신만을 위하여 행동하자’, 이런 내용은 선한 상식에 반한다. 
(전성기) “상식적인 것에 대한 반감이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들이 어른이 되면서 그 선악의 경계가 모호해지더라. 옳다고 생각한 것이 나쁜 것이었고, 내가 살아있는 게 누군가에는 피해가 되는 것 같아 우울해지기도 했다. 차라리 나만 생각해보자, 남을 의심해보자, 싶었다. 행복을 위해서라면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 네 분 코멘터리, 잘 들었다. 자주 뵈었으면 좋겠다.
(황현우 최고은 전성기 도마)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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