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스피디움에서 좀 놀 줄 아는 현대차 ‘신형 벨로스터’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7.11.29 09: 22

2011년 3월, ’유니크한 디자인과 각별한 운전의 즐거움’을 기치로 출범한 현대자동차 ‘벨로스터’가 2세대 변신을 앞두고 있다. 새해 1월 8일 시작 되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 될 ‘신형 벨로스터’가 국내 자동차 담당 기자들에게 먼저 외관과 성능의 일부를 공개 했다. ‘미디어 프리뷰’라는 이름의 행사이긴 했지만 아직 월드 프리미어도 거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진을 찍을 수는 없고, 성능 테스트에 동원 된 차들도 위장막이 씌워진 상태였다. 
미디어 프리뷰 장소는 특별히 인제 스피디움으로 잡았다. ‘각별한 운전의 즐거움’을 맛보이기 위한 최적의 장소로 현대차는 판단한 모양이다. 인제 스피디움은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의 도로지형을 잘 반영해 설계 된 레이싱코스다. 산 중턱에 원 지형을 살려 서킷이 설계 됐기 때문에 경주대회를 하는 코스이면서도 고저차가 심해 언덕길과 급격한 내리막길이 뒤섞여 있다. 
28일, 현대차는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초대해 인제 스피디움에서 ‘신형 벨로스터’의 외관을 기억 속에 담게 하고, 2.6km의 A코스를 도는 주행 테스트를 경험하게 했다. 인제 스피디움의 풀 코스는 3.908km이지만 현대차는 단축 코스인 A코스를 택했다. 

행사장에는 지난 4년간 신형 벨로스터 개발을 담당한 연구원들도 참석해 신차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디자인과 동력, 성능을 담당하는 이들은 물론 사운드를 담당한 연구원도 자리를 함께 했다. 사운드 담당이 따로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형 벨로스터’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눈에 들어 온다. 벨로스터라는 이름의 차가 탄생한 시점부터 견지해 왔던, ‘스포티한 디자인’ ‘다이내믹한 성능’ ‘운전하는 즐거움’의 태그라인(tagline)이 2세대에 와서 더욱 뚜렷해졌다.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관점이 갈수록 개인화 되고 개성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강해진 개성 표현은 2세대 벨로스터의 슬로건을 ‘리브 라우드(Live Loud)’로 정하게 했다. 아예 대놓고 ‘신나게 살아라’를 외치고 있다. 1세대 벨로스터가 신선한 충격과 동시에 디테일에서 부족한 점까지 함께 노출했다면 ‘신형 벨로스터’는 개성을 더 강조하면서 1세대 때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진화 방향을 잡았다.
행사장에서 만난 신형 벨로스터는 위장막 부터가 다른 차종과는 달랐다. 프리미엄 수입 브랜드에서 종종 봐 왔던 그래픽 패턴의 위장래핑이 씌워져 있었다. 누구를 따라한다는 비판에 앞서, 벨로스터 존재의 이유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현대차는 비주얼 아티스트 ‘빠끼(Vakki)’와 함께 화려한 그래픽 패턴이 차를 감싸는 위장래핑을 시도했다. 현대차는 그래픽 패턴으로 위장 된 신형 벨로스터를 서울 시내 핫플레이스 곳곳에 출몰시키는 티저 마케팅도 계획하고 있다. 
▲한결 매끈해진 디자인 
차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인 디자인은 한결 매끈하게 변해 있었다. 1세대 벨로스터가 면과 선이 살이 있는 종이 조각(paper sculpture)의 속성을 디자인에 반영했다면 2세대 벨로스터는 캐릭터 라인에서조차 선은 찾아 보기 어렵게 매끈해졌다. 대신 군데군데 형성 된 볼륨들이 서로 연결 돼 하나의 캐릭터 라인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차체의 비율에서는 제법 큰 변화가 있었다. 1세대에 비해 A필러가 뒤쪽으로 밀렸다. 덕분에 후드가 길어져 쿠페형 비율을 만들어 냈다. 루프라인도 뒤쪽으로 유선형을 이루며 떨어지다가 스포일러 쪽에서 봉긋하게 솟아 오르며 반전을 꾀했다. 
후드를 길게 뺀 시도는 쿠페와 해치백의 하이브리드라는 벨로스터의 원 콘셉트와도 맞아 떨어졌다. 운전자 측에서는 차문이 하나 밖에 없고, 탑승자 측에서 보면 차 문이 2개가 있는 1+2도어 구조는 2세대에서도 그대로 유지 됐다. 운전자측의 1도어는 쿠페를, 탑승자측의 2도어는 해치백의 특성을 추구하고 있다. 드라이브 사이드에서 본 ‘신형 벨로스터’의 측면 디자인은 영락없는 쿠페였다. 
후면부 배기구가 듀얼 타입으로 한 가운데 자리에 배치 된 것도 1세대를 그대로 따랐다.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갖춘 차라는 이미지가 머플러 디자인에서부터 드러나도록 했다. 배기음은 외부에서는 그다지 요란하지 않지만 실내에서는 배기 사운드 디자인(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ctive Sound Design) 시스템)을 통해 주행 속도 이상의 주행감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실내에서는 ‘스포츠 모드’에서 배기 사운드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서 레이싱 트랙을 달리는 듯한 감흥을 일반 도로에서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엔진사운드 이퀄라이징 기술은 1세대 모델부터 적용 됐다.
현대차 전면부 디자인의 패밀리룩을 따른 신형 벨로스터의 캐스캐이딩 그릴은 호불호가 갈렸다. 스포티한 인상을 갖추기 위해 그릴의 윤곽은 가로형 마름모꼴에 가까워져 있었다. 아반떼와 i30만 해도 6각의 그릴 윤곽은 상단은 좁게 하단은 넓게 배치 됐지만 신형 벨로스터는 상하가 거의 같은 뾰족한 마름모꼴을 택했다. 현대차 연구원들은 신형 벨로스터에 맞게 가장 입체적으로 재해석된 캐스캐이딩 그릴이라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입체적으로 받아들일 지는 그들의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할 듯하다.
▲엔진, 상세 스펙은 공개 되지 않았지만...
신형 벨로스터의 엔진은 국내에서는 카파 1.4 가솔린 터보와 감마 1.6 가솔린 터보로 라인업이 구성 된다. 1세대 벨로스터가 1.6 GDI, 1.6 감마 GDI 터보로 구성 된 것과 차이가 있다. 최대출력과 최대토크는 공개 되지 않았다. 1세대는 1.6 터보 모델의 최대출력이 201마력, 최대토크가 27.0kg.m이었다. 다만 2세대 벨로스터 1.6 터보는 1500rpm에서 최대 토크가 발휘된다고만 나와 있다. 종전 모델이 1750rpm부터 최대토크가 터지던 것과 비교하면 실용영역에서 한결 원활한 주행감을 얻을 수 있게 했다. 2,000~4,000rpm구간에서는 현대차 최초로 오버부스트 제어 기능을 넣어 최대토크를 넘어서는 힘을 발휘하도록 했다. 
변속기는 1.4터보, 1.6터보 모두 7단 DCT를 달았다.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차에 어울리는 변속기 조합이다. 특별히 수동 변속기 모델도 생산하는데, 1.6 가솔린 터보에는 6단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스피디움을 달려 보니 
인제 스피디움에 올린다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로서도 일종의 모험이다. 스피디움의 서킷 자체가 일상 주행에서 만나기 힘든 가혹한 상황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만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200마력을 수월히 넘겨 보이는 엔진으로 스피디움을 치고 나가는 기세는 박진감이 넘쳤다. 고속 주행만을 시험하기에는 코스 자체가 썩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640m의 직선구간에서는 시속 180km를 가볍게 넘어섰다. 인제 스피디움에 익숙한 이들은 200km/h 가까운 속도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터보를 달기는 했지만 1600cc 배기량의 한계는 있었다. 가속 성능이 순간적 폭발성 보다는 꾸준히 치고 나가는 추진력에 기대는 타입이었다.  
칭찬하고 싶은 점은 자세였다. 서킷을 달리는 모습을 뒤에서 보면 배기구를 한 가운데 두고 양 뒷바퀴 사이가 매우 멀게 느껴진다. 640m 직선주로가 끝나자마자 급격한 내리막길, 곧바로 이어지는 180도 우회전 언덕길 구간이 인제 스피디움의 마의 구간이다. 운전자도 겁나고, 차도 비명을 지르는 구간이지만 신형 벨로스터는 바퀴소리도 내지 않고 버텨내고 있었다. 준준형급에 해당하는 차체이지만 후륜에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 돼 있다. 스티어링은 기어비가 상향 조정 됐고, 부품들의 강성도 개선 됐다는 게 현대차 연구원들의 설명이었다. 여기에 고성능 서머 타이어가 옵션으로 장착 돼 지면을 할퀴며 달리는 성능이 볼만 했다.
▲빨리 달려 더 절실한 안전장치들
서킷 주행이 이번 미디어 프리뷰 행사의 핵심이다 보니 신형 벨로스터가 갖추고 있는 각종 안전 편의사양들은 소개 자료에 의존해야 했다. 그런데 이 내용들이 만만치 않다. 
신형 벨로스터에는 현대차 준중형 차량 최초로 ‘스마트 시프트’ 기능이 적용 돼 있다. 스포츠, 노멀, 에코로 구성 된 드라이빙 모드에 ‘스마트 시프트’가 하나 더 들어 있다. 이 모드는 운전자의 운전 성향을 학습해 기존에 있는 모드(스포츠, 노멀, 에코) 중 현재 주행 상황에 가장 적합한 모드로 자동으로 변경해 주는 시스템이다.
퍼포먼스 게이지도 벨로스터와 잘 어울렸다. 순간 토크, 가속도, 터보 부스트압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데 그 내용은 센터페시아 상단의 돌출형 모니터에 표시 된다. 운전자 시선 정면에 별도의 유리판에 주행정보를 표시하는 컴바이너 타입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갖췄다. 
역동적인 주행을 위한 차라면 안전 장치들이 더 철저히 겸비 돼 있어야 상식적이다. 전방레이다를 활용해 전방 물체를 감지시 제동 조작이나 충돌 방지 및 피해 경감에 도움을 주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시스템(FCA)이 전모델에 기본 장착 됐다. 
전방 센서를 활용해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차간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해 주행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후측방 충돌 경고 시스템(BCW), 차로 이탈방지 보조 시스템(LKA), 운전자 주의 경고 시스템(DAW), 하이빔 보조(HBA), 무선 충전 등이 안전하고 편안한 운전을 측면지원한다. 
차의 상세 스펙과 가격 등은 공식 출시일에 공개 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새해 첫 출시 차로 ‘신형 벨로스터’를 선택했다. 그만한 상징성을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100c@osen.co.kr
[사진] 그래픽 패턴으로 위장래핑한 신형 벨로스터.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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