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도약’ SK 87라인, 팀 중추로 복귀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1.28 11: 00

팀 세대교체의 기수로 확신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수도 많았고,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앞길에 특별한 장애물도 없었다. SK의 이른바 ‘87라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SK의 ‘87라인’에는 팀의 기대주들이 많았다. 차세대 주장감으로 뽑히는 포수 이재원을 비롯, 외야수 이명기와 내야수 김성현이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였다. 여기에 정상호의 보상선수로 영입한 최승준, 그리고 스페셜리스트인 김재현도 지난해 입지를 다졌다. 마운드에서도 백인식 문광은 등 팀에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선수들이 더러 있었다. 81~82년생 황금 세대에 이어 SK를 이끌어 갈 중추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이 선수들은 2017년 크게 고전했다. 세력이 현격하게 약해졌다. 확실한 주전으로 시작한 이재원과 김성현은 부진에 시달렸다. 이곳 저곳이 아픈 가운데 타격 성적이 확실히 떨어져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 최승준은 부상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해 상당 시간을 2군에서 보냈고, 트레이 힐만 감독의 성향에 어울리지 않는 외야수였던 김재현은 시즌 내내 배제됐다.

부진한 문광은은 자신의 자리를 확실히 잡지 못했다. 1군에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예전만한 비중은 아니었다. 백인식은 팔꿈치 수술을 마치고 시즌 막판에야 복귀했다. 가능성은 내비쳤지만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허물어진 SK 불펜에 큰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급기야 이명기는 트레이드로 KIA에 갔다. 1~2년 사이에 방출된 동기들도 몇몇 있다. 수도 줄고, 세력도 약해지고 있었다. 
그런 SK 87라인이 재기를 다짐하고 있다. 지난 달 27일부터 진행 중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상당수의 선수들이 합류했다. 이재원 최승준 문광은 백인식이 가고시마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성현과 김재현은 인천과 강화로 나뉘어 꾸준히 훈련을 했다. 모든 선수들이 독한 마음을 먹고 2018년 도약을 벼르고 있다.
가고시마 캠프에 참가한 네 명은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특히 이재원과 최승준에 걸리는 기대치가 대단히 높다. 두 선수 모두 타격 훈련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잘못된 폼을 수정하는 데 올인했다. 성과는 좋다. 최승준은 이번 캠프에서 가장 좋아진 타자로 손꼽힌다. 염경엽 단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내년에는 일을 낼 것”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다. 이재원도 체중을 줄이며 공·수 모두에서 움직임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인식 문광은도 손혁 투수코치의 눈도장을 받았다. 두 선수 모두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여기에 1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가치가 있다. 필승조 승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문광은은 “한국에 있는 것보다 여기에 오는 것이 차라리 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라며 동기들의 각오를 대변했다.
모두 팀에서 할 일이 많은 선수들이다. 이재원은 누가 뭐래도 주전포수로 팀을 이끌어 가야 할 선수다. 개인적으로는 FA 자격을 앞두고 있어 더 놓칠 수 없는 2018년이다. 정의윤의 FA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박정권이 점차 나이를 먹어가는 가운데 최승준은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출전 기회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백인식 문광은은 SK의 약점으로 전락한 불펜에서 힘을 보태야 한다. 김성현은 주전 2루수고, 김재현 또한 주루와 수비에서 가치가 매우 높은 선수다.
한편으로는 이제 적지 않은 나이이기도 하다. 서른을 넘겼다.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면 서서히 도태될 수도 있는 시점이다. 특히나 육성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SK다. 유망주들에 대한 구단의 관심이 지대하는 것은 선수들 스스로도 알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도 내년 확실한 자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절박하게 달려들 2018년에 더 기대가 몰린다. 반격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이재원(위)-최승준(아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