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네티즌과 설전을 벌였던 유아인이 "나는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을 이유로 들며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 글에는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유아인의 소신이 담겨져 있다.
유아인은 지난 24일 SNS를 통해 자신을 '한국 여성들을 혐오하는 한국 남성'으로 몰아붙이는 일부 네티즌에게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게. 내가 보기 싫으면 안보면 돼. 언팔하면 되고, 검색창에 굳이 애써서 내 이름 안 치면 돼. 너네 제발 너네 인생 살아. 나 말고 너네 자신을 가져가. 그게 내 소원이야"라는 글을 남겼다.
사건의 발단은 한 네티즌이 "유아인은 그냥 한 20미터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일 것 같다. 친구로 지내라면 조금 힘들 것 같음. 막 냉장고 열다가도 채소 칸에 뭐 애호박 하나 덜렁 들어있으면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나한테 ‘혼자라는 건 뭘까?’하고 코 찡끗할 것 같음"이라는 글을 남기며 시작됐다.
이에 유아인은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코 찡끗)"이라는 답글을 남겼고, 이를 본 네티즌들이 유아인을 저격하는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유아인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렇게 SNS상에서 꽤 오랜 시간 설전이 이어졌다. 유아인은 자신을 걱정하는 한 팬이 "트집잡는 사람들에게 괜한 감정소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자 "감정소모가 아니라 감정 사용"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이는 페미니즘 논란을 야기시켰고, 유아인은 26일 SNS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 글에서 유아인은 "나는 보수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에서 누나 둘을 가진 막내 아들이자 대를 잇고 제사를 지내야 할 장남으로 한 집안에 태어나 ‘차별적 사랑’을 감당하며 살았다"며 '이상하고 불평등한 역할놀이'가 이어지는 제삿날의 풍경을 언급했다.
유난하고 폭력적인 풍경이라고 재차 강조한 그는 "나는 ‘엄마’라는 존재의 자궁에 잉태되어 그녀의 고통으로 세상의 빛을 본 인간이다. 그런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고서 뻔뻔하게 살아갈 재간이 없다. 우리 엄마는 해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인간이고 나는 우리 엄마 아빠의 귀한 아들"이라고 말한 그는 자신의 귀함이 고작 아들이라는 성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다소 과격한 단어들로 설명했다. 아들이어서 귀하고 딸이라 비천한 것이 절대 아닌, 모든 아들딸들이, 모든 부모의 자식들이 다 귀하고 존엄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재차 소개한 뒤 "나는 나다. 나는 당신을 이겨내기 위해 힘쓰고 싶지 않다. 당신과 연결되고 싶고 잘 지내보고 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떠하냐고.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당부한다. 더 이상 ‘기술 혁명’에 끌려가지 않고 당당하게 주도하며 ‘정신 혁명’을 이루자고. 그 방법과 길을 이 편리한 기술 안에서 함께 찾아가자고. 그것이 기술이 아닌 인류 진화의 열쇠가 아니겠는가"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는 이 글에서 우리가 우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가 빚어낸 현재가 우리를 잠식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더 잘 살 수 있게 할 수 있도록 각성해야 한다는 것. 차별 없이 모든 다른 존재들과 사회 관계망 서비스 안에서 연결되어 진정한 관계를 가지고 싶다고도 했다.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선언으로 시작된 장문의 글이었지만, 유아인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건 '평등'과 '평화'였다. 성별로 귀천을 나눠서는 안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두 개의 세계를 나누지 말고 함께 공존하며 진정한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것. 길고 장황한 글이었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사회 정의, 진리 등이다. 자신을 질타하는 네티즌들에게 자신의 경험담까지 털어놓은 유아인의 이 장문의 글이 또 어떤 반향을 일으키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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