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트] '꾼', '뻔'해도 '펀(fun)'하니 좋지 아니한가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11.26 11: 20

오락영화는 재미있어야 한다. 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명제를 지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점에서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꾼'(장창원 감독)은 오락영화로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허성태)이 돌연 사망했다는 뉴스가 발표되지만, 이 소식을 곧이 곧대로 믿는 이들은 그다지 없다. 목격자까지 등장하면서 장두칠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소문이 돌고, 모든 진실을 덮은 장두칠의 사망은 사실 그를 비호했던 권력자들이 만든 거짓 연극이라는 추측이 파다하게 퍼진다.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스마트한 사기꾼 황지성(현빈)은 "장두칠이 아직 살아있다"며 장두칠의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박희수(유지태)에게 장두칠을 함께 잡자는 솔깃한 제안을 던지고, 박희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황지성과 박희수의 의기투합으로 박희수의 비공식 수사 루트인 '사기꾼 3인방' 고석동(배성우), 춘자(나나), 김과장(안세하)까지 합류하게 되고, 이들은 잠적한 장두칠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의 심복 곽승건(박성웅)을 잡을 새로운 판을 짠다. 
작품의 만듦새 면에서는 분명히 설왕설래가 오갈 수 있다. 어디에서 본 듯한 기시감 역시 지울 수 없다. 조희팔 사건을 모티프로 '희대의 사기꾼'을 잡는다는 구성은 '마스터'를 연상시키고, 사기꾼들의 팀플레이는 '도둑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능글맞은 모습으로 사기를 치고 다니는 현빈의 활약은 '검사외전'을 연상시킨다. 케이퍼 무비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따른 '꾼'에게 신선하다는 평가를 내릴 관객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기꾼 잡는 사기꾼'이라는 틀 안에서 벌어지는 팀플레이 역시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꾼은 많지만, 타짜가 없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기꾼들의 속고 속이는 두뇌 게임은 평이하게 흘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꾼'은 재밌는 영화다. 오락영화로서 소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반전은 평범하지만, 그럼에도 흥미롭다. 기존 케이퍼 무비와는 달리 '복수의 대상이 다르다는 것'도 '꾼'의 유의미한 포인트다. 사기꾼들이 뭉치고 흩어지는 이유가 개인의 안위가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맞닿아 있다는 것은 '꾼'에게 색다른 지점을 가져다 준다. 
현빈부터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나나, 안세하까지 배우들의 합(合)을 보는 것도 '꾼'의 재미 중 하나다. '공조'에 이어 '꾼'으로 다시 한 번 스크린 흥행을 정조준한 현빈은 물오른 연기를 선보인다. 힘을 빼고 가볍게 '꾼'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현빈은 그야말로 펄펄 날아다닌다. 또한 '매드독'과 비슷한 소재, 다른 연기를 선보이는 유지태까지, '꾼'을 이끄는 두 남자의 매력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배성우는 충무로의 신스틸러를 넘어 원톱 가능성까지 엿보게 한다. 배성우의 활약마다 터지는 반응들은, 충무로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배성우의 진가를 확인케 한다. 박성웅은 예상 밖의 얼굴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스크린 첫 도전의 나나는 합격점을 받을 만한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인다. 안세하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오락(娛樂), 기분을 즐겁게 하는 일이라는 의미다. 2시간의 즐거움을 기대한다면, '꾼'은 그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미덕을 가진 영화다./mari@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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