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36)가 시장에 나왔다.
두산은 26일 "니퍼트와 나이와 몸상태 등을 평가했을 때 보다 합리적인 수준에서 새로 재계약 해야겠다고 판단해 규정에 따라 KBO에 재계약 의사를 통보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올 시즌 부진했던 보우덴과 수비 포지션이 없다는 한계를 품고 있는 에반스의 경우 재계약을 고심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니퍼트의 보류권 포기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니퍼트는 그야말로 두산에게는 상징적인 존재다. 지난 2011년 두산 유니폼은 입고, KBO리그에 입성한 니퍼트는 첫해 29경기 15승 6패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KBO리그 적응을 마친 니퍼트는 꾸준히 에이스로 활약했다. 203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150km/h를 넘나드는 강력한 직구에 타자들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부상으로 고생한 2015년(6승 5패)를 제외하고 꾸준히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고, 지난해에는 22승을 거두며 역대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승 타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올 시즌 30경기에서 14승 8패 평균자책점 4.06으로 준수한 활약을 거뒀다. 또한 매이닝 교대마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고마움을 전하는 등 '투수 리더' 역할까지 했다.
그러나 30대 후반으로 나이가 접어들면서 구위 하락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타자를 압도하던 직구는 조금씩 맞아나가기 시작했다. 2015년 준플레이오프부터 지난해 한국시리즈까지 34⅓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면서 '가을의 사나이'로 불리기도 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3경기 16⅔이닝 16실점(15자책)으로 흔들렸다.
비록 예전같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두자릿수 승리는 어느정도 보장된 카드인 만큼, 두산은 니퍼트 재계약을 희망했다. 그러나 연봉에서 이견이 생겼다.
올 시즌 니퍼트의 연봉은 210만 달러(약 23억원)이다. KBO 규약에는 "구단은 계약연도 11월 25일(단, 포스트시즌 경기 중일 때는 한국시리즈 종료 익일)까지 재계약 의사를 서면으로 선수와 그의 지정된 대리인에게 통지해야 하며, 계약서에 명기된 것처럼 선수의 해당 연도 계약 보너스와 연봉을 합친 금액의 최소 75% 이상을 지급하겠다는 서면상의 제의를 포함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두산이 니퍼트와 재계약을 원할 경우 최소 157.5만 달러(약 17억원)를 보장해줘야 한다.
두산은 좀 더 큰 삭감폭을 원했고, 결국 니퍼트와 합의 하에 시장에서의 가치를 알아보기로 결정했다. 두산은 "니퍼트와 계속 재계약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은 니퍼트를 볼 수 있을까.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