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청룡영화상에서는 영화로 웃음과 감동을 준 배우들이 수상의 감격을 누렸다. 감격의 수상자 속에서는 시대의 아픔을 위로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송강호, 나문희 등 시대의 대배우들과 통쾌한 재미로 생애 첫 수상이라는 역사를 쓴 진선규까지 있었다. 청룡영화상에서 탄생한 감격의 순간들을 다시 되짚어봤다.
#진선규, '범죄도시'로 쓴 생애 첫 수상의 감격
진선규는 영화 '범죄도시'(강윤성 감독)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지난 2005년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로 데뷔해 배우 생활을 이어가며 연기 내공을 쌓은 지 12년 만에 맺은 의미있는 결과다. '범죄도시'로 680만 관객을 사로잡은 진선규는 유해진, 배성우, 김희원, 김대명 등 충무로의 최고 배우들을 제치고 청룡의 선택을 받았다.
이변이었지만, 당연했던 이변이었다. 그러나 진선규만은 자신의 수상을 전혀 예감하지 못한 듯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마자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진선규는 "저 조선족 아니다. 중국에서 넘어온 사람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이다.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떨려서 청심환을 먹고 왔다. 상을 받을 줄 알았으면 하나 더 먹고 왔을 것"이라고 오열에 가까운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 이어 "저 멀리 우주에 있는 '좋은 배우'라는 목표를 향해서 계속 해서 나아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송강호, 시대의 얼굴로 쓴 트리플 크라운
송강호는 한국 근현대사 속 평범한 소시민이 된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트리플 크라운의 영광을 안았다. 청룡영화상 수상 기록으로만 따져도 '우아한 세계', '변호인'에 이어 세 번째 남우주연상 수상이며, '택시운전사'로도 올해 제26회 부일영화상, 제1회 더 서울어워즈에 이어 청룡까지 거머쥐며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성공했다.
송강호는 이날도 묵직한 수상 소감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송강호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그동안 상처와 고통 속에 살아오신 많은 분들이 '택시운전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이런 시건방진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개봉 후엔 오히려 관객분들이 부족한 저희들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며 "몸둘 바를 몰랐다. 그만큼 관객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운전사'라는 영화가 정치, 역사 문제를 뒤로 하고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가슴 속에 있는 미안한 마음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문희, 데뷔 56년 만의 3관왕
나문희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김현석 감독)로 데뷔 56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귀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소녀였던 나옥분(나문희)이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의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후 친구 정심(손숙)과 함께 마주한 고통과 아픔을 그렸다. 휴먼 코미디의 외피를 입은 '아이 캔 스피크'는 따뜻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올곧은 시선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 영어를 배워야만 하는 도깨비 할매 나옥분 역을 연기한 나문희는 데뷔 56년 만에 여우주연상 3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나문희는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 관객 여러분 감사하다"며 "동료들은 가고, 저는 남아서 좋은 상을 받는다. 제 친구들, 할머니들, 제가 상 받았다. 여러분들도 그 자리에서 상받기를 바란다"고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mari@osen.co.kr
[사진] SBS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