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와 나문희가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남녀 주연상을 차지했다. 시상식 전부터 두 사람이 수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던 만큼 이변이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25일 오후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제38회 청룡영화상의 시상식이 2시간 20분가량 진행됐다. 남녀신인상부터 남녀 조연상, 남녀 주연상에 청정원 인기스타상과 청정원 단편영화상,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등 총 18개 부문의 시상이 진행됐다.
이날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의 송강호와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의 나문희가 남녀 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긴 세월 동안에도 잊히지 않는 슬픔과 고통의 근현대사를 담은 작품이다. 우리 현대사는 그렇게 고난과 형극으로 점철돼 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발생한 광주 민주화 운동을 그린 ‘택시운전사’는 택시기사 김만섭(송강호 분)과 독일의 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의 시선으로 그 날의 비극을 조명했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은 우리나라 민주화 시대의 깊이를 규정하는 찬란한 이정표인데, 사건 뒤에서 제대로 복기된 적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대변하며 영화를 완성했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소녀였던 나옥분(나문희 분)이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의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 후 친구(손숙 분)와 함께 마주한 고통과 아픔을 그렸다. 일본군을 비난하고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위로하면서도 휴먼 코미디 장르로 유쾌하게 풀어내 호평 받았다.
나문희는 “오늘 마음을 비우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한편으로는 욕심도 났다. 동료들도 많이 (세상을)떠나고 나는 남아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게 됐다”며 “늙은 나문희에게 큰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올해 이 두 영화가 한 맺힌 사람들의 가슴을 어루만진 것만은 분명하다./purplish@osen.co.kr
[사진] 청룡영화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