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5만 흥행부터 수상까지, 진선규가 '범죄도시'로 또 하나의 반전을 썼다.
진선규는 2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범죄도시'(강윤성 감독)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남우조연상은 남우주연상 이상으로 경쟁이 치열한 부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청룡영화상도 '택시운전사' 유해진, '더 킹' 배성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김희원, '해빙' 김대명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쟁쟁한 배우들이 남우조연상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진선규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명실공히 충무로의 차세대 스타임을 입증했다.
치열했던 남우조연상의 주인공은 진선규였다. 본인도 수상을 예감하지 못한 듯, 진선규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트로피를 손에 쥔 진선규는 "저 조선족 아니다. 중국에서 넘어온 사람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이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떨려서 청심환을 먹고 왔다. 상을 받을 줄 알았으면 하나 더 먹고 왔을 것"이라고 첫 수상에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이어 진선규는 자신의 배우 생활을 뒷바라지 해준 아내와 오랜 시간 함께 한 소속사 식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한 ""경남 진해에서 보고 있을 친구들. 그 친구들이 제가 코가 낮아서 안된다고 제 코 수술을 위해 계까지 들어줬다"고 재치있게 말해 시상식 현장을 감격의 눈물바다에서 폭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생애 처음으로 트로피를 거머쥔 진선규의 수상은 분명히 '이변'이었다. 그러나 받을 만했고, 받았어야 할 당연한 이변이었다. '범죄도시'에서 흑룡파 보스 장첸(윤계상)의 오른팔 위성락 역을 연기한 진선규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600만이 넘는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범죄도시'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마다 "대체 그 빡빡이는 누구냐, 진짜 조선족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진선규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강렬한 마스크에,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 완벽한 연기까지, 진선규는 '범죄도시'를 통해 대한민국에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알렸다.
'범죄도시'로 배우로서의 가치가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진선규는 이미 알 사람은 다 아는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다. 그의 진가가 널리 알려질 기회가 없었을 뿐, 언젠가 터질 신용도 200% 보증수표였다. 진선규는 '난쟁이들', '여신님이 보고계셔', '올모스트 메인', '선녀씨 이야기', '김종욱 찾기', '나와 할아버지' 등 무대를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쌓았고,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여자를 울려', 영화 '남한산성',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특별시민', '사냥', '찌라시: 위험한 소문', '관능의 법칙', '개들의 전쟁', '화차'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묵묵히 내공을 길렀다. '범죄도시'는 그런 진선규의 내공이 마침내 빛난 '신의 한수'였다.
그렇게 진선규는 '범죄도시'로 '청룡의 남자'가 됐다. 가장 차가운 계절, 가장 뜨거운 진선규의 반전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다. /mari@osen.co.kr
[사진] SBS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