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눈물이 넘쳐났던 청룡영화상. 영화인들의 축제인 청룡영화상에서는 웃음 가득한 재치도 감격 어린 눈물 소감도, 여전히 잊지 못할 그리움도 있었다.
지난 25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는 제38회 청룡영화상이 열렸다. 이날 있었던 웃음과 환희, 눈물과 감동의 이야기들을 되짚어봤다.
#차태현의 그리움 "故 김주혁 형, 보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이날 차태현은 무대에 올라 故 김지영, 故 윤소정, 故 김영애, 故 김주혁 등 올해 유명을 달리한 영화인들을 추억했다. 올해는 영화를 사랑하고 연기를 사랑한 수많은 영화인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특히 지난달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故 김주혁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차태현은 수많은 영화인 선배들은 물론, 자신과 가족 같은 우정을 나눴던 김주혁과의 이별을 가슴 아파했다.
차태현은 "2017년은 안타깝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한 해로 우리 모두에게 기억될 것 같다. 저는 아직 그 미소가 잊혀지지 않는다. 언제나 따뜻하게 배려해준 인자함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며 "미처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날벼락 같은 이별에 사실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고 속내를 전했다.
이어 "그동안 선배님들의 수고에 큰 박수를 보내드린다. 행복했던 추억들 영원히 간직하겠다"며 "그 누구보다 훌륭한 영화인이었다는 걸 꼭 기억하겠다. 하늘에서는 부디 아프지 마시고 평안하시길 빌겠다"고 떠나간 별들을 추모했다. 이어 "정말 많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형"이라고 故 김주혁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했다.
#김혜수의 눈물 "소중한 분들 떠나보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
이날 이선균과 함께 청룡영화상의 사회를 맡은 김혜수는 故 김지영, 故 윤소정, 故 김영애, 故 김주혁의 생전 모습을 담은 추모 영상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 김혜수는 고인들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에 좀처럼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혜수는 "소중한 분들을 떠나보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 진심으로 네 분의 평안을 기원한다"며 눈물을 쏟아 모두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진선규의 환희 "상 받을 줄 알았으면 청심환 하나 더 먹었다"
진선규는 영화 '범죄도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범죄도시'로 스크린을 압도한 연기를 선보인 진선규는 '택시운전사' 유해진, '더 킹' 배성우,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김희원, '해빙' 김대명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제치고 '청룡의 남자'가 됐다.
진선규는 자신의 수상을 예상하지 못한 듯 등장부터 눈물을 쏟았다. 트로피를 거머쥔 진선규는 감격의 눈물과 함께 재치있는 소감을 잊지 않았다. 진선규는 "저 조선족 아니다. 중국에서 넘어온 사람 아니고, 대한민국 국민이다.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떨려서 청심환을 먹고 왔다. 상을 받을 줄 알았으면 하나 더 먹고 왔을 것"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진선규는 아내, 소속사 식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경남 진해에서 보고 있을 친구들. 그 친구들이 제가 코가 낮아서 안된다고 제 코 수술을 위해 계까지 들어줬다"고 말해 현장을 감동의 눈물바다에서 폭소의 바다로 만들었다.
#조인성의 의리 "도경수와 친해서 제가 대신 수상"
역시 '의리남'이었다. 조인성은 이날 '형'으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도경수의 대리 수상자로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이날 도경수는 서울 고척돔에서 진행된 엑소의 단독 콘서트 때문에 직접 상을 수상하지는 못했다.
도경수의 수상에 무대에 등장한 조인성은 "도경수가 지금 엑소 콘서트 중이다. 못 오거나 늦을 거라고 했는데, 술 마실 때 혹시 몰라서 상을 받으면 내가 받겠다고 약속했었다"며 "친하다는 이유로 제가 올라왔다. 이 상은 잘 전달하겠다. 감사하다"고 도경수를 대신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도경수는 콘서트를 마친 후 신하균과 함께 최우수작품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앞으로 더 경험하고 많이 노력해서 관객 여러분에게 공감을 시켜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강호의 감동 "미안한 마음, '택시운전사'에 담고 싶었다"
송강호는 올해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태운 '택시운전사'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앞서 '택시운전사'로 제26회 부일영화상, 제1회 더 서울어워즈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는 이날 청룡의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남우주연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송강호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그동안 상처와 고통 속에 살아오신 많은 분들이 '택시운전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이런 시건방진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개봉 후엔 오히려 관객분들이 부족한 저희들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며 "몸둘 바를 몰랐다. 그만큼 관객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택시운전사'라는 영화가 정치, 역사 문제를 뒤로 하고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가슴 속에 있는 미안한 마음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mari@osen.co.kr
[사진] SBS 청룡영화상 방송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