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오프시즌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인물 중 하나는 베테랑 우타자 정성훈(37)이다. 전 소속팀 LG는 2차 드래프트에 앞서 정성훈을 40인 보호명단에 묶지 않았다. 그리고 시즌 뒤 보류선수명단에도 묶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상 방출이다.
LG 팬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LG는 세대교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항변을 내놓고 있다. 정성훈이 가져갈 출전 기회를 젊은 1루수들에게 나눠주겠다는 뜻이 읽힌다. 어쨌든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지는 시간이 말해줄 것이고, 이제 관심은 정성훈이 새 소속팀을 찾을 수 있느냐다. 정성훈은 현역 연장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정성훈은 리그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해태서 1999년 1군에 데뷔한 이래 현대, LG를 거치며 올해까지 조용히 쌓은 실적은 금자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정성훈은 올해까지 통산 2135경기에서 타율 2할9푼3리, 2105안타, 1018득점, 170홈런, 969타점을 기록 중이다.
1년만 더 뛰면 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기록도 많기에 이번 결정이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정성훈은 일단 1경기만 더 뛰면 KBO 역사상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다. 현재 양준혁과 함께 2135경기로 공동 1위다. 2105안타는 역대 4위지만, 앞선 세 선수(양준혁 박용택 이승엽)가 모두 좌타자인 관계로 이미 우타자 1위다.
기념비적인 1000타점에도 31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정성훈이 설사 주전으로 뛰지 못하고, 후배들을 뒷받침하는 임무로만 뛰어도 달성이 가능한 기록이다. 올 시즌 기준으로 1000타점 고지를 밟은 선수는 15명에 불과하다. 16번째 달성 후보자였는데 이 기록도 못내 아쉽다.
이미 1000득점은 넘어섰고, 우타자 최다 득점(이종범·1100득점)까지도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 정성훈보다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한 우타자는 이종범을 비롯, 장종훈(1043득점), 송지만(1019득점)까지 단 네 명뿐이다.
정성훈은 올해도 쏠쏠한 활약을 선보였다. 115경기, 276타수로 예년에 비하면 떨어진 수치였으나 그 와중에 타율 3할1푼2리, 6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리그 평균 이상의 공격 생산력이었다. 이런 성적을 놓고 보면 정성훈이 새 팀을 찾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사뭇 다르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걸림돌이다.
현재 수도권 팀들 중 정성훈 영입에 관심을 보이는 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가 방출 선수를 영입하지 않을 것이라 공언하는 등 지방구단도 방출 선수 영입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아직 시간이 있어 기존 구단들의 태도가 달라질 수는 있지만 어쨌든 선택지가 굉장히 좁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성훈의 ‘아까운’ 기록시계는 계속 돌아갈 수 있을까.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