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팬심이 들끓고 있다. 2차 드래프트를 기점으로 LG가 선수단 리빌딩에 다시 박차를 가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팀에 기여한 베테랑이 일부 팀을 떠났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손주인(34), 이병규(34), 유원상(31), 백창수(29)이 타 팀으로 떠났다.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시킨 정성훈(37)에게는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당장 올해 1군에서 제법 활약한 정성훈, 손주인, 백창수의 공백이 커 보인다.
팬들 입장에서는 실망과 분노가 이해된다. 최근 2년간 이어져 온 이진영(kt)의 2차 드래프트 이적, 이병규(현 LG 코치)의 은퇴 등 베테랑이 차례로 떠난 것까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LG의 결단은 일관된 기조에서 이뤄지고 있다. 2~3년 전부터 선수단에게 세대교체의 시그널을 줬다. 프로 구단은 성적을 목표로 한다. LG가 팀에 절대적으로 보탬이 되는 베테랑을 의도적으로 내치는 것은 아니다.
정성훈의 공백은 양석환(26), 김재율(28), 윤대영(23)으로 메운다는 복안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정성훈이 빠져야 윤대영을 키울 수 있다. 경찰야구단에서 타율 3할6푼 24홈런 96타점을 기록한 윤대영은 우타 거포로 기대된다. 하지만 출장 기회가 없다면 잠재력을 보여주지도 못한다.
멀티 내야수로 기여도가 높은 손주인의 공백은 아쉽다. 강승호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했기에. 하지만 손주인 자리가 없다면 강승호(23), 박지규(26) 등 20대 2루수들의 출장 기회가 늘어난다. 경험과 실수 없이 단번에 성장하는 선수는 드물다.
고육지책이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내린 결단이다. 손주인을 떠나 보낸 류중일 감독은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드러냈다. 삼성에서 함께 지냈던 손주인과의 친분은 친분이지만, 한 팀을 이끄는 사령탑으로서 결정을 수긍했다.
팀에 베테랑이 많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구단이 무조건 베테랑을 배척하는 것도 아니다. 뛰어난 성적을 내는 선수라면 베테랑이든 젊은 선수든 상관없이 많으면 좋다.
그런데 신예와 베테랑의 성적 차이가 어정쩡한 간격이라면, 젊은 선수를 쓰기 마련이다. 김경문 NC 감독이 신인을 빨리 키우는 것도 같은 방식이다. 일례로 신인 때 실수가 잦았던 박민우를 1군 2년차부터 꾸준히 기회를 줬다.
지금 정성훈, 손주인이 팀에 남아있다면 어떻게든 도움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도움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것이 LG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생각이다. 손주인은 올해 115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294타수 82안타) 5홈런 33타점 7실책를 기록했다. 2루수로는 80경기 506⅔이닝 출장. 강승호는 85경기에서 타율 2할5푼(248타수 62안타) 5홈런 31타점 12실책을 기록했다. 2루수로 76경기 543⅔이닝을 뛰었다. 두 선수는 큰 차이가 없다.
정성훈은 올해 115경기에서 타율 3할1푼2리(276타수 86안타) 6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OPS .828이다. 김재율은 75경기에서 타율 3할4리(181타수 55안타) 6홈런 28타점 OPS .798을 기록했다. 정성훈이 3할이라고 하지만,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김재율의 성적은 정성훈과 비슷하다. 게다가 규정 타석을 채운 양석환도 있다. 양석환은 타율 2할6푼3리(445타수 117안타) 14홈런 83타점 OPS .757를 기록했다.
지금 몇 개의 안타를 더 치는 베테랑을 중용하면, 그 사이 젊은 선수들의 숫자는 늘어나고 정체된다. 그러다 베테랑이 정점에서 내려오면, 과도기가 닥친다. 그 때 후회해봤자 늦다. 후회와 함께 성적에 급급해 단기간에 공백을 메우려면 다시 외부에서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 팀내 유망주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진다. 물론 베테랑과 유망주를 적절하게 기용하면서 시너지를 이룰 수도 있다. 그런데 LG의 1루수 상황은 그 시점을 지났다.
오랜 시간 뛴 베테랑을 정리하는 방법, 전력 보강은 없이 괜찮은 선수를 제외시킨 운영에 LG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깨닫는다면, LG가 강팀으로 가는 시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LG 구단은 지금은 틀렸다고 보이겠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는 그때 맞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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