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세울 건 패기밖에 없습니다."
올 시즌 경험의 한 해를 보낸 이영하(20·두산)가 내년 시즌 성장을 다짐했다. 지난 2016년 신인 1차 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한 이영하는 2016시즌을 재활로 보냈다. 그리고 올 시즌 마침내 1군에 올라오는 그는 150km/h 가까운 직구와 함께 배짱있는 투구를 펼치며 1군 한 자리를 차지했다. 정규시즌 20경기에서 이영하가 남긴 성적은 3승 3패 평균자책점 5.55.
현재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이영하는 내년 시즌을 위해 투구폼에 다소 변화를 뒀다. 그는 "이번 마무리캠프에서는 투구폼을 바꾸는데 집중했다. 코치님께서 키가 크면 각이 생겨야 하는데, 각이 안 생긴다고 하셨다. 또 수술을 했던 만큼,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며 "팔 각도를 조금 더 올려 니퍼트 느낌으로 높은 곳에서 공이 나올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폼을 바꾼 효과는 좋았다. 지난 24일 한화의 연습경기에서 이영하는 최고 149km/h의 공을 던지며 2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처음에는 될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다"라고 미소를 지은 이영하는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기분"이라고 현재 상태를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마운드는 같은데, 이제는 긴장하는 것 없이 내가 해야할 것만 신경쓰고,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변화구는 아직 보완해야할 과제 중 하나다. 그는 "코치님께서 '직구는 150km/h가 나오면서 왜 슬라이더는 130km/h가 안나오냐'고 지적하셨다. 지금 120km/h에 머무르고 있는데, 135km/h 정도는 나올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하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 이영하의 모습에 김태형 감독은 "강단있는 투수"라며 "타자와 맞붙으려고 하는 모습이 있다"고 흐뭇하게 지켜봤다. 이영하는 "올 시즌 처음에는 '내 공을 쳐봐라'는 식으로 던졌다. 그런데 홈런을 맞고나서는 '반드시 이겨야겠다'라는 투지 생겨서 꼭 잡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더 앞선다"고 이야기했다.
이영하는 "중간에서 던지는 것은 감이 나쁘지 않았다. 다만, 선발로 나왔을 때 롯데전 빼고(6월 25일, 6이닝 1실점) 너무 못던져서 아쉽다. 선발로 좀 더 잘 던졌다면, 올 시즌 더 좋은 성적이 됐을 것 같은데 아쉽다"고 되돌아 봤다.
아쉬움이 큰 만큼, 성장 의지도 강했다. 이영하는 "올해 나갔을 때는 조금은 긴장한 것 같다. 그런데 내년에는 남들이 봤을 때도 좀 더 편하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내세울 것은 패기 밖에 없다. 누가봐도 패기 하나 만큼은 최고라는 말을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영하는 "내년 시즌이 터닝 포인트가 되고 싶다"고 밝히며 "시즌 종료 후 '좋은 경험이 됐다'가 아닌, '수고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