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LIVE] 남태혁의 각오 "역대 최악의 2차 1번이 될 수 없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25 06: 00

 "이대로면 KBO리그 역사상 최악의 2차 1번 지명자가 되는 거잖아요. 가만히 있을 수 없죠".
2015년 8월 24일, KBO는 '2016 신인 2차 지명회의'를 실시했다. 1군 진입을 앞둔 kt부터 전년도 순위 역순으로 지명이 시작됐다. 2차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kt는 남태혁(26)의 이름을 불렀다. 다소 의외의 선택이었다.
남태혁은 인천 제물포고 재학 중인 2009년,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아마추어의 미국행. 그러나 장밋빛 미래는 없었다. 남태혁은 2013년 방출된 후 즉시 귀국,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소집해제를 앞두고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전체 1순위로 지명된 것. '미국 유턴파'의 2차 1순위 지명은 처음이었다.

남태혁은 데뷔 첫해인 2016년, 16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5리(44타수 9안타), 무홈런, 2타점에 그쳤다. 절치부심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으나 31경기 출장, 타율 2할5푼(60타수 15안타), 2홈런, 11타점에 머물렀다. 2년간 때린 홈런은 2개. 남태혁에게 걸었던 기대치와 걸맞지 않았다.
남태혁은 두 시즌 아쉬운 결과를 뒤로 한 채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캠프에 합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캠프지에서 만난 남태혁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는 "캠프 초반에는 내 기대보다 더 좋았다. 하지만 중반에 허리 근육통이 제대로 찾아왔다"고 입을 열었다.
남태혁은 시즌 막판부터 타격 매커니즘 수정에 들어갔다. 잡동작을 줄이고 간결하게 공을 맞히는 데 집중하는 스윙. 결과가 좋자 본인도 모르게 오버워크를 범했다. 귀국까지 고려했을 만큼 통증이 심했지만 일본 잔류를 결정했다.
김진욱 감독의 만류가 영향을 끼쳤다. 남태혁이 144경기를 치른다면, 시즌 도중 몇 번이고 잔부상과 컨디션 저하가 따라올 수밖에 없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도 능력이다. 김 감독은 남태혁에게 이런 훈련도 바라고 있었다.
지난 두 시즌은 남태혁에게 아쉬움만 가득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얘기하겠다. 내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나는 역대 최악의 2차 1번 지명자가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팀에서 기대하는 부분이 분명하다. 적은 기회일지언정 내가 잡았어야 했다"라며 "마냥 고졸이나 대졸이 아니다. 나이는 늘어가는데 밑에서 후배들이 올라오고, 위에서는 대형 타자들이 영입됐다. 반면, 보여준 건 없다"라고 스스로를 질책했다.
주위 비교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남태혁과 함께 2016 신인드래프트에 참여, SK에 2차 9라운드로 입단한 김동엽과 숱하게 비교됐다. 김동엽은 2시즌 통산 182경기서 타율 2할9푼3리, 28홈런, 93타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남태혁은 "(김)동엽이 형이 우리 팀과 할 때 홈런을 치면 내 스스로에게 정말 화난다. 이제 내 차례다"라고 다짐했다.
남태혁의 말처럼 kt 내야는 포화 상태다. 올해 트레이드로 윤석민을 데려왔고,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도 가세했다. 오태곤, 김동욱 등 1루 가능한 이도 숱하다. 남태혁은 "점점 바늘구멍이 되고 있다. 이러다 메추리알로 바위를 때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한탄한 뒤 "결국 내가 승부를 보는 건 타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태혁은 "kt가 나를 지명한 건 타율 3할보다는 장타에 대한 기대였다. 우선 두 자릿수 홈런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뒤이어 "10홈런도, 50홈런도 모두 두 자릿수다. 첫 홈런이 빠른 시기, 좋은 스윙으로 나온다면 전자보다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진욱 감독은 "(남)태혁이가 좌투수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 팀으로선 최고의 카드를 보유하게 된다"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남태혁이 바늘구멍 뚫고, 메추리알이 바위 깨는 기적을 보일까. 이 해답은 2018 kt를 가늠할 중요한 잣대 중 하나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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