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리포트] '타구를 띄워라' kt에 몰아치는 新야구 바람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25 09: 05

 뜬공 혁명. 수년 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다. 인위적으로 타구 발사 각도를 높였을 때, 성적이 향상된다는 이론이다. KBO리그에서는 아직 생소한 이 이론을 kt가 조금씩 접목시키고 있다.
레이더 기술에서 쓰이던 '스탯캐스트'가 메이저리그에 등장하며 야구가 바뀌고 있다. 이제 타구의 속도와 발사각도, 비거리 등의 정확한 측정이 가능해진 시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 발사각 22~28도, 타구 속도 90마일(약 144km) 이상일 때 좋은 타구가 나온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KBO리그에서도 트랙맨 데이터를 통해 타구 속도나 발사각도 측정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뜬공의 가치는 높지 않다. SK가 올 시즌 'KBO리그판 뜬공 혁명'을 일으키며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으나 리그 전체에 파급을 끼치지는 못했다.

리그 최하위 kt는 조금씩 뜬공 혁명에 익숙해지고 있다. 1군 진입 첫해 kt의 땅볼/뜬공 비율은 1.31. 지난해에는 1.19로 줄었고, 김진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 시즌 1.09까지 떨어뜨렸다. 김진욱 감독은 올 시즌 중반, 기자들과 윤석민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한 가지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김 감독은 "(윤)석민이에게 아웃되더라도 뜬공을 많이 치라고 강조했다. 지금 석민이가 타구를 띄운다면 플라이볼 혁명에 딱 들어맞는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시즌 도중 매커니즘을 수정하기는 쉽지 않다. 비시즌 때 이 점을 확실히 주문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사례는 윤석민만이 아니다. 시즌 도중 합류한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는 리그 적응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적극적인 스윙을 주문했다. 특히 타구를 띄우는 쪽을 콕 집어 언급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46홈런에 그친 로하스는 후반기 15홈런으로 이 부문 리그 공동 6위에 올랐다. 윌린 로사리오(한화), 다린 러프(삼성), 최정(SK)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
이는 비단 윤석민이나 로하스에게 한정되는 게 아니다. 김 감독은 마무리 캠프를 앞두고 선수단에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발사각 이론을 출력해 제공했다. 타구 각도의 개념이 익숙지 않은 선수들이지만, 김진욱 감독과 타격코치진의 설명을 들으며 필요성을 공감했다. 오태곤은 "감독님이 이 부분에 대해 시즌 때부터 강조하셨다. 훈련 때도 타구를 강하게 맞춰 띄우는 데 신경 쓰고 있다"라며 "지금의 변화가 시즌 중 장타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구장 특성도 감안한 선택이다. 수원 kt위즈파크는 역대 홈런 파크팩터 1.030으로 리그 평균을 상회했다. 타 구장에 비해 홈런이 많이 나오는 편이다. kt위즈파크에서 72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타구를 더 많이 띄운다면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거기에 든든한 지원군도 있다. kt는 시즌 종료 후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 영입을 발표했다. 김진욱 감독이 공을 들인 작품. 이지풍 코치는 '지풍매직' 신드롬을 일으키며 KBO리그에 벌크업 열풍을 몰아친 장본인이다. 넥센이 목동야구장을 사용하던 시절, 홈런군단으로 거듭나며 '넥벤저스'가 된 데에는 이지풍 코치의 역할도 컸다.
이 코치는 호리호리한 체격이던 강정호, 유한준, 김민성 등을 거구로 탈바꿈시켰다. 식단부터 운동 스케줄까지 선수 맞춤형으로 제공하면서도 단내 나는 훈련으로 악명(?)이 자자하다. 트레이닝 코치 한 명의 영입이 호성적을 곧장 담보할 수는 없지만, kt가 추구하는 플라이볼 혁명에 이지풍 코치가 윤활유 역할을 하기 충분하다.
김진욱 감독은 "메이저리그에서 뜬공 혁명이 일어났다고 이를 미국야구로 칭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선진야구일 뿐이다"라며 "우리라고 이런 선진야구의 흐름에 발맞추지 말란 법 없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큰 변화는 타구 띄우기도, 타구 속도 키우기도 아니다. 바로 마음가짐이다. 김진욱 감독은 "무사 1·2루에서 내야 뜬공이 나온다? 병살타를 안 친 게 어딘가. 박수칠 일이다"라며 "결과가 어떻든, 뜬공을 실패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성공이다"라고 기대했다.
로하스와 윤석민이 버티던 황재균이 가세했다. 박경수도 수원 이적 후 거포 본능을 뽐내고 있으며 유한준도 건재하다.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라인업이다. kt의 뜬공혁명이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이들은 타구와 kt의 미래를 동시에 띄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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