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들어 부진했던 대한항공 외국인 선수 미차 가스파리니(33)가 펄펄 날았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준 끝에 역대 첫 진기록을 달성한 선수로 역사에 남았다.
가스파리니는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잊지 못할 경기를 했다. 가스파리니는 땀이 날수록 더 좋은 컨디션을 선보인 끝에 28점을 올리며 팀의 세트스코어 3-0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2연패에 빠져 있던 대한항공을 수렁에서 건져 올리는 활약이었다.
올 시즌 활약이 썩 좋지 못해 우려를 샀던 가스파리니였다. 가스파리니의 지난 시즌 공격 성공률은 51.59%. 그러나 올 시즌에는 이날 경기 전까지 44.96%에 그치고 있었다. 외국인 선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서브의 위력도 지난 시즌만 못했고,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뚝 떨어진 모습이었다. 가스파리니라는 해결사를 잃은 대한항공의 화력도 좋을 때만 못했다.
최근 연패 과정에서도 가스파리니의 부진이 도드라졌다. KB손해보험전에서는 성공률이 45.83%, 직전 경기였던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는 45%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을 달랐다. 1세트부터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1세트 초반 출발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여전히 몸이 무거웠다. 그러나 블로킹과 서브로 자신의 흐름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리듬을 탄 가스파리니의 공격 성공률은 계속 올라왔다. 결국 27-26으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를 작렬시키며 세트를 스스로의 힘으로 마무리했다. 이미 1세트에 블로킹 3개, 후위 득점 3점을 채운 가스파리니는 이 득점으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V-리그 역사상 수많은 트리플크라운이 나왔지만, 첫 세트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것은 가스파리니가 처음이었다. 가스파리니의 통산 9번째 트리플크라운은 그런 대업 속에 완성됐다.
2세트에서도 고비 때마다 후위공격을 성공시키는 등 어려운 공격을 도맡았다. 가스파리니가 공격을 성공할 때마다 대한항공 벤치가 화끈 달아올랐다. 팀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가스파리니는 시간이 갈수록 득점력은 조금씩 떨어졌으나 모처럼 공격 성공률이 50%(51.35%)를 넘겼고, 블로킹과 서브에서 제 몫을 하며 우리카드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공을 세웠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장충=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